[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지난해 분할 신설된 디아지오코리아가 첫해부터 거액의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디아지오코리아가 내수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도, 국내 투자나 기부가 없다 보니 배당을 통해 '국부유출'을 하고 있단 반응이 나오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7월 윈저글로벌(구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인적 분할돼 설립됐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영위하고 있던 사업 가운데 위스키 '윈저', 'W시리즈' 부분을 매각하기 위해 이외 사업을 분리한 것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현재 위스키 '조니워커', 맥주 '기네스', 보드카 '스미노프' 등의 주류 판매 및 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디아지오코리아의 실적이 반등했단 점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회계연도(FY) 2023년(2022년 7월~2023년 6월) 기준 매출액은 1534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3억원으로 63.9% 급증했다. 이는 엔데믹으로 유흥 시장이 회복된 데다, MZ세대 중심으로 위스키 인기가 이어진 점이 실적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자료만 봐도 올 8월까지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만277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디아지오코리아는 설립 1년 만에 177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았고, 이중 160억원을 모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디아지오 아틀란틱(Diageo Atlantic B.V.)에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첫해부터 벌어들인 자금의 90% 이상을 모기업에 송금한 셈이다.

사실 디아지오코리아는 과거부터 공격적 배당으로 유명했던 회사다. 앞단 4년(FY2018~FY2021년)간 봐도 총 1375억원의 배당을 진행했다. 이 기간 디아지오코리아의 누적 순이익은 937억원으로 배당성향은 146.7%에 달했다. 다만 FY2022년의 경우 배당을 실시 하지 않았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줄곧 대규모 배당에 나설 수 있던 것은 FY2009~FY2014년까지 6년간 무배당을 진행하며 실탄을 쌓은 결과다. 실제 이 회사가 이 기간 쌓은 이익잉여금은 2045억원에 달했다. 이후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을 진행하다 보니 분할 전인 FY2022년에는 158억원으로 90% 감소했다.

문제는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 투자에도 인색했단 점이다.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인 기부금만 봐도 ▲FY2018년 3억7100만원 ▲FY2019년 2000만원 ▲FY2020년 0원 ▲FY2021년 24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FY2023년 역시 3600만원에 머물렀다. 이에 시장에선 디아지오코리아가 특별한 국내 투자 없이, 창출한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을 통해 본사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단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지역 경제나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다른 회사들과 사업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딱히 국내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하이네켄,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등 외국계 주류사들이 수년 전부터 순이익 대부분을 배당하면서 이익잉여금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자본 적정성 수준과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 배당금을 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