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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고용세습이라니
이세정 기자
2023.10.17 08:22:55
강경 입장 기아 노조의 속내는?···사측, 동등한 노사관계 정립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6일 08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기아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쌍팔년도라는 말이 있다. 현재는 대체로 1988년을 지칭하고 있지만, 기원(?)을 따지자면 단기(단군기원) 4288년, 즉 1955년을 의미한다. 구시대적으로 후진적인 행태를 지칭한다. 


이 당시 일터에 만연했던 노조탄압과 부당해고는 과도기에 놓여있던 한국 경제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터엔 노동 존중 문화가 안착했다. 하지만 현실은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동운동 수준이 여전히 쌍팔년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어느 시점부터 노사 간 힘의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80년대의 전투적인 노동 문화가 익숙해진 노동조합(노조)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회사는 매번 끌려 다니기 일쑤다. 3~5년마다 임금협상이 이뤄지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연례행사란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기아의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4개월째 임단협 파행을 거듭한 배경엔 고용 세습 조항이 있다. 회사 노조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단협 27조 1항의 존치를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조항 폐지를 요구 중이다.


'현대판 음서제도', '귀족노조의 횡포'라는 여론에도 노조는 꿈쩍 않고 있다. 오히려 조항 폐지가 '개악'이라고 버틴다. 고려시대 때 성행했던 음서제는 악습으로 치부 받으며 조선시대 때 폐지됐는데, 21세기(2008년)에 부활한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아빠찬스를 쓰지 못하는 국민에게 있어선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균등한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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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한 발 물러났을 사측이지만, 이번엔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가 고용세습 문제에 직접 개입한 만큼 쉽사리 물러날 수 없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기아에 시정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올해 4월엔 노사 대표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물론 기아 노조가 끝까지 고용세습 조항 유지를 고수하진 않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기 힘든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단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가 몽니를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가 최악 대신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단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용세습이 아닌 64세 정년연장이 최종 목적이란 얘기다. 게다가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이 무산되면서 비교적 초라한 명절을 보낸 만큼 전투력이 상승해 있다. 


문제는 쌍팔년도식 압박이 아직까진 기업들에 잘 먹히고 있단 점이다. 만약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기아는 수출 물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오랜만에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회색빛으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파업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이렇다 보니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 측에 차고 넘치는 당근을 내줄 수밖에 없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기아 노사가 어떤 해답을 찾을지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다만 노조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노동 문화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사측은 동등한 노사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대담함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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