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합병(M&A)이 국내 사모펀드(PEF) 간 대결로 진행될 전망이다. 예비입찰에 4개 저비용항공사(LCC)가 참여했는데 모두 PEF가 주인이거나 핵심 주주로 있다. LCC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품에 안을 경우 단번에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 인수권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이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예비입찰'에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인천 등 국내 LCC 4곳이 참여했다. 대한항공은 해외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수 있는 만큼 매각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가 맡았다.

이번 예비입찰에서 주목할 점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4개 LCC 모두 PEF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중 가장 회사 규모가 큰 티웨이항공은 JKL파트너스가 2대 주주로 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보유 지분은 25.01%다. 최대주주인 티웨이홀딩스와의 지분 차이가 3.68%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3개 회사들은 PEF가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곳들이다. 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가 지난 2021년 830억원을 투자해 지분 56.7%를 확보했다. 최근 일부 지분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35.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초 VIG파트너스가 성정으로부터 1500억원에 지분 전량을 인수했고, 유일한 항공 화물 운송사인 에어인천은 지난해 소시어스가 750억원을 투자해 지분 51%를 확보했다.

이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M&A를 통해 화물사업 규모를 키워 회사 밸류에이션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효과도 즉각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으로만 연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것만으로도 단숨에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앞선 4개 회사들은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조단위 매출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중 가장 업력이 오래된 티웨이항공이 올렸던 최고 매출은 지난 2019년 기록한 8104억원이다. LCC 업계 1위로 평가 받는 제주항공의 역대 최고 매출이 2019년 기록한 1조383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물사업부 인수만으로도 LCC 업계의 새로운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자금이다.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도움이 필수다. 결국 PEF가 다시 한 번 자금조달에 나서야 하는데 안정적인 펀드레이징 능력이 M&A 성사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복수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떼어내서라도 회사를 합병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어떤 식으로든 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 의향을 보인 LCC 대부분이 PEF를 주인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M&A는 사실상 사모펀드간의 펀딩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