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을 겨냥한 ETF(상장지수펀드) 출시 행렬에 동참한다. 경쟁사와의 속도 경쟁에서 밀린 한투운용은 현지 반도체 시장 투자에 적합한 '동일비중' 전략을 꺼내들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7일 'ACE일본반도체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한투운용은 이날 'ACE AI반도체포커스'와 'ACE포스코그룹 포커스'까지 총 3종의 ETF를 내놓으며 라인업 공세에 나섰다.

ACE일본반도체 ETF는 전도유망한 반도체 테마지만 출시 직전까지도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한 편이다. 상장을 기념한 별도의 행사까지 열린 ACE포스코그룹 포커스 ETF의 그늘에 가린데다가 경쟁사 2곳에서 이미 관련 ETF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말 한화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를 선보였고, 보름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TIGER일본반도체FACTSET ETF'를 출시했다.

투자자 니즈를 파악하는 속도가 ETF 흥행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 가운데서 한투운용이 두 달 가량이나 늦게 일본반도체 ETF 행렬에 가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한투운용이 이슈를 선점하는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 반도체 테마로 ETF를 만들어 보자'는 발상이 가장 먼저 제기된 곳은 한투운용이지만 도중에 관련 정보가 세어나가면서 '최초' 타이틀을 놓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일본 반도체 ETF 출시를 둘러싼 전후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일본 반도체 ETF' 아이디어가 나온건 지난해 말경인데, 사석에서 다른 운용사 직원이 이를 전해듣게 됐다"며 "직원의 보고를 받은 해당 운용사는 곧장 일본 반도체 ETF를 상품화하는 데 착수했다"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일본 반도체 ETF를 한 발 늦게 내놓게 된 만큼 차별화된 운용 전략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ACE일본반도체 ETF의 포트폴리오가 될 25개 종목의 투자 비중을 동일하게 맞춰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ACE일본반도체 ETF의 PDF(자산구성내역)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비중은 3~5% 수준에 맞춰져 있다.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레이저텍'(Lasertec·5.08%)과 10위인 '신코전기'(Shinko Electric Industries·4.03%)와의 격차는 1%p(포인트) 남짓하다. 투자 비중이 가장 낮은 '산켄전기'(Sanken Electric·3.08%)도 상위 종목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동일비중 전략은 절대강자가 없는 중소형주 ETF 투자에 적합한 전략으로 통한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와 달리 한화운용의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에서 상위 3종목(도쿄일렉트론·신에츠화학·호야)의 비중은 52.8%에 달한다. 또 미래에셋운용의 'TIGER일본반도체FACTSET ETF'에서도 상위 3종목(레이저텍·디스코·도쿄일렉트론)이 32.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이미 출시돼 있는 일본 반도체 ETF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고자 고민한 끝에 동일비중 전략을 택하게 됐다"며 "ACE일본반도체 ETF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이 포진해 있는 일본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