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나 기자] 에스엘그룹이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부품 수요가 증가하며 실적이 대폭 오른 데다 회사가 보유한 램프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왔기 때문이다.

에스엘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최대치(1200억원)를 기록한 후 올 6월 말 마이너스(-) 219억원으로 줄었다. 순차입금이란 총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등가물)을 뺀 것으로 이 값이 음수인 경우 기업이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반기 에스엘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65%, 12.6%에 불과하다. 

에스엘이 무차입경영을 이어간 배경에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역대급 실적을 갈아 치우며 자동차 부품 수요도 빠르게 증가한 점이 꼽힌다. 작년만 봐도 에스엘의 매출은 4조1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9.1% 늘었고, 영업이익은 1979억원으로 79.1%나 급증했다. 올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2조4651억원의 매출과 23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각각 32.5%, 99.4% 증가했다. 이에 올해 작년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시장 일각서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현금도 지속 유입되는 중이다. 실제 회사의 올 상반기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2793억원으로 전년(1426억원) 동기 대비 95.9% 증가했다. 이는 친환경차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현대차·기아의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에스엘 역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인 헤드램프와 섀시 등은 내연기관, 전동화를 가리지 않는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로교통안전법에 따라 램프의 각도, 빛의 양에 대한 규제가 각각 다르기에 자동차용 헤드램프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있다"며 "에스엘은 완성차업체들이 디자인을 변경하는 주기에 맞춰 새로운 기능이 부여된 램프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엘 관계자도 "자동차 부품에 독점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사는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완성차가 디자인을 변경할 때 가장 많이 바뀌는 부분이 램프인데, 회사가 개발한 램프를 새로운 차종에 적용하는 것을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현대차·기아가 주고객이고 중국 로컬에도 많이 수주하고 있으며, 향후 독일 등 유럽에도 수주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스엘은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토대로 연구개발(R&D)에도 적잖은 투자를 지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36억원이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489억원으로 5년 새 43.7% 늘었으며, 국내 기준 연구개발 인력은 1000명 안팎에 달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에스엘 관계자는 "과거에는 차량 램프가 단순히 안전 운전을 위해 빛을 비추는 기능만 있었지만 최근 여러 기능들이 추가됐다"며 "특히 최근 제네시스 G90에 탑재된 지능형 헤드램프 IFS의 경우 마주 오는 차량의 빛을 부분적으로 차단해 상대차 운전자의 눈부심을 막아주므로 야간운전이 훨씬 수월해 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