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내년 국내 은행들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대손비용도 증가해 순이익이 올해보다 2조원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2023년 금융동향과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국내은행이 순이자마진 확대 및 비이자이익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대기업 대출만 20% 정도 증가했고 나머지 대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손충당금도 한화오션 환입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증가한 수준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국내은행 순이익은 올해(21조6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19조6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국내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4%로 올해( 6.9%)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위험이 상승해 대출 공급이 축소되고 금리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대출 수요가 높지 않아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순이자마진이 축소되면서 이자이익은 올해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권 연구원은 "내년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0조원으로 올해보다 2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연체비율이 상승하는 등 대손비용 증가가 이어질 수 있는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손비용을 증가시킬 요인으로 코로나19 기간 급증한 대출의 부실위험 증가, 만기연장·이자유예 신청 종료된 점, 부도 시 손실률(LGD) 상향 가능성 등도 꼽았다.

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경쟁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금조달 변동성 확대, 자산건전성 악화 등 리스크에 대비하고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올해 신규로 연체된 대출 비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기업신용도 GDP 대비 빠르게 증가해 자산건전성 악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대출이 가파르게 늘면서 대출 레버리지가 높은 수준인 데다 인구학적 변화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대출 수요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임베디드 금융의 성장 등 기회요인을 주목하고 관련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내년 은행들이 '디지털 채널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및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고, 금리 경쟁 심화 가능성을 대비해 소비자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고성장 기업금융 분야 집중 투자와 기업금융에 대한 디지털 경쟁력 강화, 기후리스크 대응 강화, 현지 금융기관 지분의 공동 인수를 포함한 해외진출 관련 신전략 추진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용 위험이 커지는 환경에 발맞춰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연구원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엄정한 신용평가를 통한 손실을 적시에 인식하고 차주 스스로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유인하는 여신관리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핵심예금 경쟁력 강화 및 자금조달 타이밍 분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