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한국거래소가 제도혁신으로 상장지수상품(ETP)을 다양화해 국내 ETP 시장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러스홀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ETF 제도 혁신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세계 ETP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비중이 1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식시장 대비 ETP 시장 규모는 4% 정도로 여전히 작은 수준"이라며 "한국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ETP 시장의 더 큰 성장을 위해 제도혁신을 통해 더 많은 신상품을 공급할 것"이라며 "배출권과 같이 ETP 후보군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다양한 자산을 포섭하고, 액티브 ETF 운용의 자율성을 높여 혁신적인 상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ETP 시장 트렌드는 '투자의 맞춤화'로서 투자자별 성향에 맞춘 다양한 상품이 필요하다"며 "상품 구조가 복잡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교육과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우리 ETP시장의 브랜드 가치도 높여 나갈 것"이라며 "국내외 ETP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해외 투자자의 니즈도 면밀히 살피며, 앞으로도 업계와 더 많이 소통하며 우리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원장도 "국내 ETP시장은 올해에만 약 40% 가까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상장지수상품(ETP) 시장이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내 금융업권과 함께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한국거래소가 시카고 옵션거래소와 함께 옵션 연계 지수를 10월 출시했다"며 "오는 12월부터는 0.5배 ETF 등 보다 다양한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정지헌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국내 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기관투자가 비중은 감소하고 있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거래소는 2025년 국내 배출권 시장에 탄소배출권 선물 시장 개설이 예정된 만큼 그에 맞춘 상품을 준비할 것"이라며 "퇴직연금의 ETP 상품 편입 범위 확대를 위해 정부와 지속해 협의 중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ETP 상품이 퇴직연금 상품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TF도 상장지수증권(ETN)와 같이 소수점 단위 상품이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5원으로 단일화돼 있는 저가 ETF, ETN 상품에 대해서는 호가단위를 1원으로 낮춰 가격 변동성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조민암 메리츠증권 ETP트레이딩팀장은 "지난해부터 채권형 ETF 시장이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은 만기가 길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 시장은 여전히 단기 채권 비중이 높아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장기보유 비중이 높은 퇴직연금,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디지털자산·우주항공 등 혁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ETF 상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에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 및 글로벌 ETP 시장 동향 ▲한국 ETP시장의 새로운 기회 ▲채권형 ETP시장의 성장 ▲투자자 기반 확대 ▲한국 ETP시장의 미래 등 총 5세션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