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웰투시)가 지난해 인수한 에스아이지(SIG)를 이 회사의 자회사인 '신일에스알'과 합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SIG의 실적증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자회사 통합을 통해 일원화된 직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 내부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웰투시는 최근 '순수지주회사'인 SIG를 자회사 신일에스알과 합병해 '사업지주회사'로 탈바꿈하고 사명을 '신일글로벌'로 변경했다. '사업지주회사'란 생산·판매 등 고유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주식 보유를 통해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법인을 일컫는다. 웰투시는 지난해 2월 '블라인드1호펀드'를 활용해 약 1500억원을 들여 SIG를 인수한 바 있다. 

웰투시가 SIG-신일에스알을 합병한 이유는 '체제 단일화'를 위해서다. 인력 관리비용을 줄이고, 의사 결정 시스템도 간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같은 내부 프로세스 개선 작업은 또 다른 그룹 계열사인 '신일정밀'의 실적개선을 이끌어 내는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당초 SIG의 자회사로 편입됐던 신일정밀은 이번 합병으로 신일글로벌의 자회사가 됐다. 

웰투시는 지난해 SIG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일정밀'을 기업 업사이드(성장여력)의 핵심축으로 봤다.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 신일정밀이 있었던 셈이다. 그간 회사의 실적 부진 원인이 산업 위축이나 경기 악화 등이 아닌 '노사 간의 갈등'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 관계를 개선하면 단기간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웰투시는 SIG를 인수한 이후 '노사 관계 정상화'에 집중했다. 단체 협약 조인식을 개최했으며, 노조 측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국내 노후 공장시설 개선' 문제도 해결했다. 이후에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 ▲단절된 거래처와의 관계 복원 ▲신규 고객사 확보 등 경영정상화 행보에 나섰다. 최근엔 인도, 남미 등 해외 현지 생산법인을 통한 매출 확대 전략도 수립한 상태다. 

1년 새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나왔다. 지난해 신일정밀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33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대폭 개선돼 같은 기간 흑자전환(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기존 거래처들을 유지한 상황에서 신규 고객사들까지 확보하면서 올해도 무난하게 흑자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일정밀 턴어라운드로 이미 한차례 성과를 보여준 웰투시가 'SIG-신일에스알 합병'이라는 묘수를 또 다시 던졌다"며 "사업을 본격화 하기 앞서 직원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고 내부 의사결정도 간소화 해 향후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증대에 박차를 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배구조 마저 손 보며 강한 성공 의지를 내비친 웰투시가 결국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