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이번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 방문에서 게임사 CEO들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사람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다. 유 장관은 지스타 2023 개막 하루 전날인 15일 현장을 찾았다. 그날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우수상과 최우수상, 그리고 대상을 직접 시상하기도 했다.

문체부 장관이 지스타 현장을 찾은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유 장관은 처음 문체부 장관으로 일했던 2009년 당시 지스타 재킷을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만큼 지스타를 향한 관심을 직접적으로 나타냈다. 유 장관 본인도 기자들에게 "이 재킷은 2008년과 2009년 지스타에 연속 참석하면서 디자인한 것"이라며 "당시에도 게임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고 이번 지스타에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스타 2023 전에도 '친 게임업계'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왔다. 10월 취임 직후 문체부 국정감사 당시 유 장관은 지스타 2023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게임업계 첫 현장 행보로 청년 게임 개발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도 유 장관은 '지스타 2009'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이런 유 장관의 행보는 윤석열 정부의 '게임 패싱'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불러오게 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게임 소액사기 전담 수사기구의 설치 등 게임 정책공약을 대거 내세워 20대 남성층의 표심을 얻었다. 그런데 막상 취임한 뒤부터 지금까지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장관의 취임을 전후로 변화의 징조가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지스타 2023에 영상 축사를 보냈다. 이번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 산업은 디지털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엄청나다"며 "정부는 게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 지원에서부터 제도 개선까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유 장관의 행보가 실제 게임 패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유 장관은 처음 문체부 장관을 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지스타 현장을 직접 찾은 바 있다. 그러나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등을 통폐합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설립 역시 유 장관의 재임 시절에 있던 일이다. 2010년에는 게임 과몰입 대응을 위해 문체부 태스크포스팀을 꾸리면서 적용 대상을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확대했던 전례도 있다.   

이번에 유 장관이 지스타 2009 재킷을 꺼내들면서 어깨에 힘을 줬지만 여전히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 있다는 불안 역시 남아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유 장관을 향해 기대에 좀 더 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기대에 유 장관이 부응해 게임 패싱이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