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권영수 LG에너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고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배터리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김동명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LG그룹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권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불확실성이 커진 배터리 업황을 타개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나서야 한다. 

22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신임 CEO인 김동명 사장은 배터리 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다. 

1969년생인 김 사장은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으며 핵심 사업부문의 성장을 이끌었다. 

김 사장은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아 주요 고객 수주 증대, 합작법인(JV) 추진 등을 이뤄냈다. 생산 공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점도 인정받았다. 

다만 권 부회장의 용퇴와 더불어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상황이라 김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불확실성이 가중된 배터리 시장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실적 방어, 김동명 체제의 조직안정화,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권 부회장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LG엔솔의 CEO를 맡았었다. 그룹 내에서 막강한 무게감을 가졌던 인물로 경영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LG가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경험은 권 부회장의 지휘에 따라 직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으로 발휘했다. 

권 부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김 사장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미래 전략 구상에 주력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수요둔화다. 글로벌 경기침체,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완성차들이 신차 출시를 지연하거나 생산량을 낮추는 등 전기차 시장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다.  

결국 LG엔솔도 이에 대응해 공장 가동률 최적화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드와 튀르키예에 짓기로 한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상황이 이러니 LG엔솔은 내년 실적이 올해만큼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엔솔이 중국 CATL 등 경쟁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LG엔솔은 2026년까지 전기차용 LFP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LFP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력하는 삼원계(NCM)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LFP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기차에 LFP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가 늘고 있다. 이에 LG엔솔도 LFP배터리 양산 계획을 공식화하고 제품 개발에 고삐를 죄고 있다. 

LG엔솔은 김동명 CEO에 대해 "배터리 모든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력과 사업가로서의 성공 경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LG엔솔이 진정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