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룡]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의 현실화 여부가 내년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국내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는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4 한국 신용전망' 미디어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은행을 비롯해 증권·캐피탈·저축은행·신탁 등 비은행 금융업종, 건설 등 비금융기업에 이르기까지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내 은행들에 대해 부동산 경기에 따라 '테일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일 리스크는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손실이 매우 큰 위험을 말한다. 손정민 무디스 연구원은 "내년 한국 은행들의 급격한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를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은행들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테일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건설업 대출을 합산해 부동산 익스포저를 산출할 경우 은행 대출의 40% 중반 정도에 달한다"면서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정부의 강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고려할 때 직접적인 리스크 수준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약세가 장기화한다거나 지금의 회복세가 반전되는 경우에는 테일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은행 금융업종은 부동산PF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올해 투자은행(IB) 부문의 성장 둔화로 인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실적 감소세를 보였던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당분간 저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며 "개별 PF 사업성에 따라 증권사의 변별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형사는 내년 해외 부동산 만기도래로 인한 차환 리스크에 노출돼 있고, 중소형사는 내년 브릿지론 만기연장 실패 시 충당금 적립 부담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위 실장은 "캐피탈사는 위험자산 축소 노력에도 여전히 위험 익스포저 부담이 크다"며 "시장금리 상승과 투자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조달여건이 악화돼 차환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금융사 가운데 금리인상에 가장 취약한 모습"이라며 "예금금리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내년에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부동산신탁사도 내년 이자비용과 부동산PF에 따른 대손부담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금융 일반기업군에서도 부동산PF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꼽혔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총괄본부장은 내년 ▲건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3개 업종의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라고 밝히면서, 특히 건설업이 부동산 PF 등 리스크로 인해 내년 최대 이슈 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신평은 신용등급 A급 이상 건설사 중에서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공여를 통한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 규모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다. 김 본부장은 "중견 건설사의 경우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소재해 분양률과 현금흐름이 저하돼 유동성 대응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중견 건설사뿐만 아니라 건설업에 대한 금융권의 회피 분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