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현재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 자금은 30~50% 가량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올해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반을 마련했지만 내년부터는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와 S&P 글로벌 신용평가는 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공동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전망을 발표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부동산 PF와 관련해 여전히 높은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올해 4월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면서 연착륙 기반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자금 회수로 이어지지 않고 만기 연장을 이어가는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만기를 연장해 나가면서 끌고 가긴 어려워 경매·공매 확대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현재 브릿지론 PF 자금의 30~50%가량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과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업종의 내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정리에 돌입해 경착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S&P 글로벌 신용평가 상무도 "한국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PF"라며 "비은행 금융업 중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PF가 당장 이들의 자본을 훼손하기보다는 향후 손실 인식을 통한 실적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부동산 PF는 단기간에 익스포저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아 부실의 현실화 여부는 매크로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금리가 내년에 가파르게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등 그룹 지원이 제한적인 중소형 증권사 등의 경우에는 내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전체 산업의 신용등급 상하향배율은 지난달 기준 1.1배로 지난해 말(1.65배) 대비 하락세를 나타났다. 등급 상향 기업 수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5% 감소하면서 상향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등급의 향후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부정적' 등급전망 대비 '긍정적' 등급전망 배율(P/N)은 0.8배로 부정적 등급전망이 우세했다. 이 배율은 비금융업종(1.0배) 대비 금융업종(0.2배)이 낮았고, 투자등급(1.1배) 대비 투기등급(0.4배)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포를 나타냈다.

박준홍 S&P 글로벌 신용평가 상무는 "한국의 100대 기업(자산 기준) 추이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점은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추세적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라며 "반면 적극적인 투자 기조 등으로 차입금은 지속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규모가 너무 과도해 부담이 되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내년 리스크 요인으로는 전기차 관련 투자, 기업 재무정책, 부동산 PF 이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