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이 의무화한 이후 첫 분기 성적표가 나온 가운데 은행권에서 수익률은 국민은행, 적립금은 신한은행이 가장 높았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작년 7월 시범 운영하고 올 7월 의무화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으로 투자 상품을 자동 운용한다.

◆ 국민銀 수익률 1위...차별화된 수익률 관리

22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KB국민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1' 상품의 6개월 수익률은 5.34%를 기록했다. 전체 상품 296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KB국민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1'은 2분기에도 6개월 수익률 14.16%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 2위도 국민은행의 'KB국민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2'(3.74%)다. 이어 ▲신한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2(2.32%) ▲KB국민은행중위험포트폴리오1(2.28%) ▲신한은행중위험포트폴리오2(2.22%) 순이다. 수익률 상위 5개 상품 중 국민은행이 3개를 차지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8개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데 평균 수익률은 1.86%로 가장 높았다. 신한‧농협‧우리‧하나 등 4개 은행은 7개 상품을 운용 중이다. 평균수익률은 ▲신한은행 1.52% ▲농협은행 1.33% ▲우리은행 1.23% ▲하나은행 1.1% 순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수익률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계적으로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 포트폴리오는 수익률은 극대화하고 리스크는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단계를 걸쳐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900개의 포트폴리오를 선정해 과거 3개 경기구간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은 "디폴트옵션 시장의 핵심을 차별화된 고객 관리로 보고 선도적으로 서비스도 도입했다"며 "고객 니즈를 반영한 차별화 전략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약 3400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한 기대수익률, 선호상품, 주요 선택요인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선행해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설계했다. 

또한 성과 우수 펀드 및 포트폴리오를 추출해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약 5400회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원리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상품의 운용 비중을 결정했다. 고객 투자성향, 생애주기 적합도, 운용사의 인지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 구조 설계를 완성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의 수익률은 포트폴리오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체계적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옵션 상품 포트폴리오를 선정한 이후에도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는 상품은 과감하게 퇴출하고 우수한 상품을 편입하는 모니터링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신한銀, 적립금 1위…원금보장 고객 압도적

3분기 디폴트옵션 판매·운용 실적에 따르면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이 적립금이 1조171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2분기에도 약 3333억원을 판매해 적립금 1위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도 가장 많다. 3분기 국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181조9257억원 중 신한은행이 37조226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민은행 34조1031억원 ▲하나은행 30조1416억원 ▲기업은행 23조2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적립액 1위 비결은 원금보장 상품 고객이다. 신한은행의 원금이 보장되는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에 압도적인 금액이 몰렸다. 신한은행의 초저위험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는 1조1047억원이 적립돼 있다. 2위인 국민은행 8388억원 대비 약 24% 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어 농협은행이 6284억원 하나은행 5432억원 우리은행 2461억원 순으로 많았다.

신한은행은 디폴트옵션 제도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고객을 유치했다. 4만700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퇴직연금 가입자 136만여명을 대상으로 디폴트옵션을 안내했다. 또한 2022년 3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관리센터'를 출범했다. 고객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가입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올 3월에는 AI목표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신한 연금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개인별 수익률 목표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건강도 및 투자 가이던스 제공 등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별 맞춤형 관리를 시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대면,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컨설팅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세무, 노무, 은퇴컨설턴트 전문 상담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비대면 컨설팅 시스템을 고도화해 고객수익률 제고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