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태영그룹의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SBS미디어넷의 지분 70%를 담보로 대출금을 제공받았다. 계열사 중 방송사의 지분을 담보로 자금 차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를 대출의 목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지난달 30일 자산유동화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월드미디어제일차로부터 760억원을 차입했다. 월드미디어제일차는 티와이홀딩스에 자금을 차입하는 대가로 SBS미디어넷의 주식 103만주와 디엠씨미디어의 주식 25만주를 각각 담보로 받았다. 담보비율은 120%다.

대출의 만기는 2024년 11월 30일까지 약 1년이다. 월드미디어제일차는 티와이홀딩스가 발행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동일한 금액의 유동화사채를 발행해 대출금 재원을 조달했다. 발행 주관은 DB금융투자가 맡았다.

담보로 넘긴 SBS미디어넷 주식의 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의 70%에 해당한다. 티와이홀딩스는 전체 발행주식 147만주 중 135만주(95.3%)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2월 28일 최초로 취득했으며 장부가액은 2253억원이다.

디엠씨미디어는 SBS미디어넷이 지분 54.05%를 보유한 광고 매체 판매기업이다. 티와이홀딩스가 담보로 내놓은 주식은 SBS미디어넷의 보유 주식 전량이다.

티와이홀딩스가 방송 계열사의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태영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 또는 프로젝트금융회사(PFV)의 지분을 담보로 개발사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해왔다.

업계에선 티와이홀딩스의 자금 차입이 그룹 내 유동성 강화를 위한 행보라고 본다. 회사는 지난 1월 계열사 에코비트의 지분 전량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KKR)에 담보로 제공하고 40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3월에는 태영건설이 보유한 '루나엑스CC'를 금융권에 담보로 내놓았다. 태영건설이 계열사 프로젝트티와이가 진행 중인 개발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보증하면서 제공한 것이다.

태영그룹은 보유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매각하며 계열사 태영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해 약 1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역시 연말까지 4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티와이홀딩스는 연 이자율이나 자금 차입의 목적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