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롯데마트·슈퍼가 강성현 대표의 주도 아래 '그로서리 마켓'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연내 기존 대형마트에서 벗어나 매장의 90%를 그로서리(식료품) 상품으로 편성한 특화 매장을 선보여 수익 개선을 이루겠단 것이다. 시장에선 앞서 롯데쇼핑이 식료품 플래그십 매장 컨셉의 '제트플렉스'를 내놨지만 지금껏 인지도를 쌓지 못한 만큼 또다른 그로서리 특화 매장을 출점하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달 '2024 롯데마트&롯데슈퍼 파트너스 데이'를 열고 '넘버원 그로서리 마켓'이란 마트·슈퍼 통합 비전을 선포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제타플렉스', '롯데마트', '롯데슈퍼'에 이어 식료품 특화 매장인 '그랑 그로서리'를 출점해 새로운 먹거리 소비 문화를 형성하겠단 것이다.

이는 강 대표가 작년 말 롯데마트와 슈퍼 부문 대표를 겸직하면서 두 사업부의 상품 소싱(조달) 시스템 통합에 성공한 덕분이다. 그간 롯데마트와 슈퍼는 이커머스 시장의 빠른 성장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를 지속해왔다.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2015년 마이너스(-) 450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6년 간 적자를 냈다. 롯데슈퍼도 2015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적자를 지속했다.

이렇다 보니 강 대표는 작년부터 마트·슈퍼 사업 소싱 부문을 통합하고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비용 효율화에 집중했다. 실제 올 3분기(누적 기준) 롯데마트는 800억원, 롯데슈퍼는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9%, 1496% 늘어난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강 대표가 새로운 매장 출점을 계획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두 사업부의 수익 구조를 안정화한 만큼 지속 성장을 위한 외형 확대에 나서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강 대표가 밝힌 '그랑 그로서리'의 출점이 효과를 볼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2021년 선보인 식료품 플래그십매장 제타플렉스와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는 데다 해당 매장이 별다른 인지도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알아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는 모른다"며 "게다가 제타플렉스는 최근 2년 만에 2호점을 개장하는 등 확장 속도도 더뎠다.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컨셉으로 매장을 리뉴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슈퍼와 마트가 수익성 개선엔 성공했지만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랑 그로서리도 공격적인 확대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비효율 매장 정리로 간신히 수익성을 개선한 상황에서 또 새로운 점포로 리뉴얼에 나서는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특히 식료품 경쟁력을 강화한 제타플렉스와의 차별점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요즘 컬리, 쿠팡 등 이커머스를 통한 식료품 구매가 늘고 있는 만큼 그랑 그로서리가 매출 반등을 이끌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은평점에 그랑 그로서리 1호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매장 90% 가량을 식료품으로만 편성하고 약 40m 길이의 즉석조리 식품 매대를 앞세워 다양한 즉석조리 식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