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샘표식품의 해외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샘표식품은 2016년 ㈜샘표와 인적분할한 이후 외형 확장의 일환으로 해외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매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던 해외매출은 올해 급격히 주춤해졌다. 시장에선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에 따라 가정용 소스 수요가 위축된데다 규모가 큰 국내 식품업체들의 잇단 해외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진 부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 중이다. 이에 샘표식품은 장기적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매출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샘표식품의 해외사업은 외형 확장의 일등공신이었다. 실제 2016년 161억원 남짓에 불과했던 샘표식품 수출액(연결기준)은 이듬해인 2017년 303억원으로 1년 만에 88.6% 급증했다. 이후 ▲2018년 316억원 ▲2019년 346억원▲2020년 417억원 ▲2021년 432억원 ▲2022년 502억원으로 해마다 최대 수출액을 경신했다. 이 기간 연평균 23.7%씩 성장한 것이다. 해외사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샘표식품 연결 총매출도 2016년 1351억원에서 작년 3712억원으로 174.8% 성장할 수 있었다. 

해외사업의 최전선에는 이 회사의 스테디셀러 '연두'가 있다. 연두는 100% 콩을 발효한 순식물성 제품으로 고기와 같은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 건강과 친환경, 동물복지 등이 유행을 타면서 연두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2018년 9월에는 미국 뉴욕 '연두 컬리너리 스튜디오'를 오픈하며 현지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홍보와 마케팅도 확대했다. 나아가 아마존 등 이커머스와 유기농숍에 연두를 입점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 트랙'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샘표식품의 수출액 비중을 살펴봐도 미국법인 실적이 두드러졌다. 미국법인인 SFS(Sempio Food Service) 매출액은 2019년 1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216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억원에서 13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이처럼 현지사업이 커지자 샘표식품은 118억원을 들여 미국 동부지역에 물류창고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샘표식품의 해외사업은 올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올 3분기 누적기준 샘표식품의 해외매출은 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377억원) 0.7% 오히려 줄어들었다. 전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쳤던 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19) 종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용 소스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식품업체들이 해외 소스시장 확장에 집중하면서 역내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농심, SPC,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이 비(非)장류 시장 영역 확장에 나서면서 샘표식품의 해외시장 점유율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실제 샘표식품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비장류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8%나 줄어든 196억원에 그치며 전체 해외매출 감소의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해외 마케팅비용을 늘리기도 녹록하지 않은 여건이다. 샘표식품의 올 3분기 누적기준 마케팅비용을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860억원으로 총 매출액(2882억원)의 29.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가격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고정비용를 늘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에선 예측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료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혜를 입었던 소스기업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며 "샘표식품도 소스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가정용 소스 수요 확대와 함께 친환경 등을 찾는 소비자 요구가 맞물리면서 빠르게 해외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며 "최근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어 향후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