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락앤락이 자본잉여금 2922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키면서 대규모 배당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최대주주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락앤락 실적이 우하향 하고 있는 만큼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락앤락이 앞서 배당 확대·유상감자 등으로 엑시트를 하고 있는 만큼 올해 배당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단 의견을 내놓고 있다.

락앤락은 오는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잉여금 감액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자본잉여금 2925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킨단 내용이다. 락앤락의 9월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724억원으로 주주총회 안건이 통과되면 4500억원을 상회하는 배당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락앤락의 배당 지급 주체인 개별기준 현금성자산은 612억원 수준이다.

자본잉여금은 자본전입 및 결손금 보전 이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어 배당의 재원이 될 수 없지만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회계처리 할 경우엔 배당이 가능해진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배당 재원 마련과 결손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결손금) 항목으로 이입하기도 한다. 상법 제461조의2에 따르면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자본으로 전입시킬 수 있다.

락앤락의 9월말 기준 자본잉여금은 3148억원으로 자본금 275억원의 11.4배 수준이다. 나아가 락앤락은 올 11월 13.69%의 유상감자를 진행, 자본금이 24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 회사는 362억원(자본금의 1.5배)을 제외한 전액을 모두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킬 수 있다.

시장에선 락앤락의 최대주주인 어피너티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해당 안건을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피너티가 2017년 6293억원을 들여 락앤락 지분 69.64%를 인수했지만 그간 회수한 금액은 103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어피너티는 지난해부터 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진행해왔다. 어피너티는 작년 분기 배당과 결산 배당을 통해 683억원을 챙겼다. 2018년 이후 배당을 멈췄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 10월에도 유상감자를 통해 279억원을 수령했다.

문제는 락앤락의 실적이다. 올 3분기 매출액은 34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었고 영업손실은 206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락앤락의 연간 영업이익은 500억원 수준이었다. 실적 하락이 지속되면서 락앤락은 생산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11월 안성공장의 운영을 중단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가 락앤락 인수 당시 절반사량을 인수금융으로 마련했는데, 지난해 12월 만기를 3년 연장하는 과정에서 이를 일부 상환했다"며 "작년 갑작스레 대규모 배당에 나선 것도 인수금용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락앤락 실적이 나아지질 않다보니 배당 등으로 회수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익잉여금을 두둑하게 쌓았으니 올해는 지난해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배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락앤락 관계자는 "이익잉여금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