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인상' 결정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MBK와 한국앤컴퍼니, 개인투자자들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 주가가 MBK가 제안한 공개매수 가격인 2만원 언저리에서 횡보하면서 서로 간의 셈법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의 이날 주가는 전날 대비 2.08% 하락한 2만1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만원대 주가가 깨지는 듯 했지만 이후 소폭 반등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2만원 언저리에서 계속 유지되면서 MBK는 여전히 공개매수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경영권 분쟁 이슈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등장으로 '이미 싸움이 끝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상승세가 멈췄다.

여기에 MBK가 공개매수 가격인상 결정 기한을 하루 앞둔 시점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이 같은 시장의 분석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MBK가 매수 가격을 인상하려면 늦어도 15일까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가격인상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이 MBK에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이미 한국앤컴퍼니의 승리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다"며 "계속해서 주가가 2만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2만원 밑으로 주가 하락이 발생하는 이유로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을 이끌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라졌다는 판단에 주가가 2만원 밑으로 하락하면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앤컴퍼니는 MBK에 비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평가다. 주가도 공개매수 가격을 계속 웃돌고 있고, MBK의 가격인상 결정시 대응카드가 이미 마련돼 있어서다. 그럼에도 마냥 안심하긴 어려워 보인다. 경영권 분쟁 이슈로 급등하던 한국앤컴퍼니 주가 상승 행진이 예상보다 더 빨리 멈춰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MBK의 공개매수 종료일을 앞두고 주가의 급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지, 이로 인해 조양래 명예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들이 공개매수 맞불을 놓을지에 여부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그려져서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MBK의 가격인상 결정이다. 이들이 가격인상을 해야만 조 명예회장이 예고한대로 대응 매수에 나서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자금력 싸움이 펼쳐질 예정이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개인주주들 입장에선 경영권 분쟁 이슈가 종료되면 과거 1만원대의 주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MBK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매수 가격을 인상하고 현 경영진이 이에 대응하는 순간 쩐의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약 지금 상황대로 종결되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피해는 불가피 해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이날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 사건 공판에 참여하기 위해 찾은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영권 방어에 대한 준비는 끝났고,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며 "명성 있는 사모펀드의 무리한 시도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