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현대아산에 제공한 지급보증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가 ESG 평가서 불이익을 받았다. 우발부채가 당장 문제는 없으나, 잠재적으로 위험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 규모가 크다 판단되면, 지배구조(G) 항목 평가시 마이너스 요소다. 

15일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2023년 하반기 ESG 종합 평가는 'A'로 나왔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지배구조(G)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환경(E), 사회(S) 분야 점수는 70 이상으로 높았던 반면, 지배구조 평가에선 60.3에 그쳤다. 특히 작년 사회 분야 점수가 29.4로 저평가를 받았던데 반해 올해는 크게 개선됐단 평가가 주를 이뤘다. 

환경 분야 역시 환경 사고 예방을 위해 시스템을 잘 구축하고, 대기오연 물질 배출 저감 활동이 확인됐다며, 현대엘리베이터에 작년 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배구조 관련해선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스틴베스트는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를 볼 때 주주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 이사회 활동은 투명한지, ESG 경영 인프라는 잘 갖추고 있는지, 관계사들이 끼치는 위험 요소는 없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관계사의 위험' 요건이 문제가 됐다. 서스틴베스트가 평가한 관계사의 위험 부문 점수는 57.5로, 섹터 평균(66.2)을 밑돌았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관계사 위험 점수가 낮은 것은 현대아산 관련 우발부채의 영향이 컸다"라고 지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보증 등 관계사에 제공한 우발부채 규모 비중이 순자산(자기자본) 대비 10%가 넘으면 위험하다고 본다. 작년 말 기준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열사에 제공한 총 지급보증 규모는 6133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4472억원의 보증은 현대아산과 관련된 것이었다. 순자산 가운데 현대아산에 제공한 지급보증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36.7%에 달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는 비중이 20.6%로 개선됐지만, 건전하다고 보는 기준치(10%)를 초과했다.

현대아산은 대북 사업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남북 및 동북아 국제정세가 장기간 경색돼 금강산 관광 사업 등이 차질을 빚었다. 이에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한 건설사업 비중이 상당히 크다. 신규 수주가 늘어나 건설 매출은 지난 2020년 1167억원에서 이듬해 217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작년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거뒀다. 

건물을 올릴 때 명목상 주체는 시행사다. 그런데 신용도가 낮고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PF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 때 시공사들은 시행사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대신 돈을 갚겠다는 약정을 돈을 빌려준 PF대주단(은행, 증권사 등)과 맺는다. 현대아산이 시행사의 PF차입금 등과 관련해 금융기관 등에 제공한 보증은 올해 3분기 말 6291억원 규모(실행액)다.

회사 측은 채무자의 채무 불이행시 비로소 지게 되는 의무이기 때문에 리스크 우려는 낮다고 본다. 여기서 현대아산은 위험 요소를 더 낮추기 위해 모회사 현대엘리베이터를 내세웠다. 현대아산 모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연대 보증을 섰다. 올해 3분기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아산에 제공한 지급보증액 2719억원 중 90% 이상이 PF대출과 관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