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엔씨소프트가 게임 개발사 인수합병(M&A)을 위해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 3분기 순이익이 급감하면서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급감하자 투자했던 금융자산 등을 처분하는 형태로 현금 쌓기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엔씨소프트가 내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계획을 세운 상태이니 만큼 당분간은 보수적 재무전략을 통해 실탄 비축에 열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9월말 연결기준 3623억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816억원이나 늘어난 금액이며, 9월말 기준 최근 5년 중 최대치다.

엔씨소프트가 곳간을 두둑이 채우고 있는 이유는 M&A 등을 통한 성장하는 경영전략을 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 올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이 회사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M&A 전문가로 평가 받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 대표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업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줄자 재무전략을 보수적으로 짜고 투자와 재무 등 세는 돈을 최소화하고 있단 점이다. 우선 엔씨소프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9월말 기준 전년 대비 82.8% 급감한 1108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게임사들이 연초부터 양질의 경쟁작을 쏟아낸 가운데 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엔씨소프트를 떠받치고 있는 리니지가 힘을 쓰지 못한 결과다. 실제 올 3분기 외상매출을 대거 회수하고 재고 부담을 낮춘 결과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전년 동기 대비 18.8% 감소한 1799억원을 기록했으나, 순이익이 같은 기간 4691억원에서 1887억원으로 59.7%나 쪼그라든 까닭이다.

반대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이 기간 마이너스(-) 3409억원에서 1376억원으로 양수 전환했다. 지식재산권(IP) 투자는 줄이고, 금융상품·투자자산을 정리한 결과다. 엔씨소프트의 올 3분기 자본적지출(CAPEX) 규모만 봐도 1514억원으로 1년 전 보다 292억원 줄었다. 아울러 만기 1년 이내 정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과 금융자산 거래를 통해서는 각각 79억원, 311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이외 보수적 재무전략을 통해 재무활동으로 유출되던 현금 규모도 1년 새 절반 수준(2939억원→1667억원)으로 줄였다.

시장에선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보수적 기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니지 IP 노후화 문제가 거론되고 있어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급작스레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니 만큼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단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개선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위한 지출을 줄인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외부 투자활동을 위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