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총괄 대표이사가 연말 그룹 인사에서 다시 한번 재신임을 받았다. 작년 말 구원투수로 등판해 부임 1년 만에 양 사업 수익을 동반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성 회복만큼 외형성장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내년에는 매출 확대를 최우선으로 전략을 수립할 전망이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쿠팡 등과 같은 이커머스기업들의 등장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직격으로 받으며 극심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실제 롯데마트는 2015년 450억원의 영업적자로 전환한 이후 2021년까지 매년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슈퍼 역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적자를 지속해왔다.  

이에 그룹 내부에서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복안으로 작년 말 마트사업부와 슈퍼사업부의 수장을 일원화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수장 자리에는 강성현 당시 마트사업부 대표이사를 낙점했다.

이러한 승부수는 일단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강 대표는 마트와 슈퍼 총괄을 맡자마자 저수익 매장을 정리하고 상품 소싱을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효율화에 집중했다. 특히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그간 생필품과 식료품(그로서리) 등 중복된 품목이 많았음에도 그동안 별도 구매를 고집해 경쟁사 대비 제대로 된 시너지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양 사업의 상품코드를 통합하고 대외구매를 일원화하면서 구매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8% 늘어난 797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도 1505.9% 확대된 273억원의 이익을 내며 드라마틱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큰 폭의 수익성 개선과는 달리 외형성장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롯데마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조3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롯데슈퍼는 9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줄어든 매출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단 강 대표는 내년부터 양 사업간 상품통합을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매장을 특화매장으로 전환하는데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특히 롯데마트와 슈퍼가 통합해 새롭게 탄생할 '그랑 그로서리'를 필두로 모든 콘텐츠를 집대성한 '제타플렉스', 식품 중심 매장으로 전환한 '롯데마트', 근거리 상권을 공략할 '롯데슈퍼' 등 총 4가지 유형의 점포로 재편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각 점포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집객력을 높여 매출 성장으로 연결시킨다는 목표다.

롯데마트는 이미 지난 4월 동래점을 시작으로 9월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10월 중계점 등 3개 점포의 리뉴얼도 마무리했다. 이 중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경우 개장 이후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그랑 그로서리 매장도 은평점을 1호점으로 본격적인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슈퍼의 매출 확대 전략은 각자의 특화 전문매장 전환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미 경쟁사들도 이러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취하고 있고 이커머스 영역이 더욱 커지고 있어 얼마만큼의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특화 전문매장 전환 외에도) 오프라인 매장의 주요 경쟁력인 '고품질 신선식품'과 '가성비 상품 구색 강화'를 바탕으로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1~2만원대 와인인 TASTY 와인과 반값 치킨 등 가성비 상품 행사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