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본업인 항공 부문에서 단기간 내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이루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항공 엔진 기업들과 국제공동개발사업(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이하 RSP) 수행으로 민간 항공기 엔진 시장 내 입지를 다져 가겠다는 구상이나, 알짜인 수리와 정비 등 후속사업에서는 배제된 까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엔진 부품 사업에서 미국 프랫앤휘트니(P&W)와 GTF(Geared Turbo Fan)엔진 RSP 계약을 맺었다. RSP는 원제작사의 매출 등 수익 뿐 아니라 리스크까지 참여 지분만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3분기 GTF 엔진의 결함 가능성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자 해당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1561억원의 손실충담금을 반영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변함없이 RSP를 강조하고 있다. 항공 엔진 시장의 70% 이상의 계약이 RSP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장기공급계약 대비 수익성이 높다 보니 MTU 같은 글로벌 모듈·부품 기업들도 대부분 참여 중인 까닭이다. 세계적인 엔진 부품 제조사로 도약을 목표로 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선 RSP 계약이 무엇보다 중요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도 "RSP의 경우 진입장벽도 높고 엔진 빌드 기간 초기투자 비용 역시 큰 편이나, 후속사업(After Market) 매출이 늘어나는 시점부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다"며 "세계적인 엔진 부품 제조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RSP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P&W와 맺은 GTF엔진 RSP가 수리와 정비 등 알짜 후속사업은 빠진 계약이란 점이다. P&W는 GTF엔진 정비를 대한항공에 맡겼고, 지난 10월 초도 물량을 입고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매년 100대 이상의 GTF엔진 정비를 맡게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TF엔진 개발에 참여했지만 당장 실적이 도움이 될 만한 후속사업은 대한항공에 뺏긴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개발사가 수리와 정비 사업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항공 정비 사업에 참여하려면 제작과 별개로 AESA 등 인가증이 필요한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가증을 발급받지 못해 GTF엔진 정비사업 등에 참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TF엔진 개발과 정비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 회사가 후속사업 매출이 늘어나는 시점에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된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앞선 관계자의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나아가 P&W와 맺은 GTF엔진 RSP 계약에서 후속사업이 빠진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이 개선될 여지도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대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종 목표는 독자 엔진 개발 및 제작"이라며 "아직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후속사업은 독자 엔진 개발 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항공 엔진 시장은 롤스로이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만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자 엔진을 개발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