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부동산PF 여파로 국내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릴레이가 시작됐다. 고금리 장기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이 더해진 데다 PF 우발채무가 증가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26일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GS건설 등 건설사 3곳의 신용등급이 지난 22일 하향 조정됐다. 구체적으로 GS건설의 경우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기업 어음 신용등급은 'A2+'→'A2'로 하락했다. 동부건설의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은 'A3+'→'A3'으로 조정됐다. 앞서 이달 신세계 건설 또한  무보증사채(A)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건설사의 이같은 릴레이 신용 등급 하락은 올해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GS건설과 동부건설의 PF 우발 채무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탓이다.

통상 건설사(시공사)는 시행사의 PF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선다. PF 우발채무는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보증을 선 PF 대출을 떠안게 되면서 발생한 채무를 말한다. 다시 말해 시행사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인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데 실패해 부도가 나면 그 빚은 자연스레 지급 보증을 서준 시공사로 넘어간다. 결국 PF 우발채무는 건설사들을 한순간에 빚 더미에 앉게 만들 수 있는 이슈인 셈이다. 

올해 유동성 악화로 부도를 낸 건설사 수만 12월22일 현재 19곳에 달한다. 이는 2020년(24곳) 이후 가장 많은 수준다. 일각에선 내년에도 부동산 업황 전환이 쉽지 않아 부도가 나는 건설사가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이 대표적이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연일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과중한 PF 우발채무 부담'을 이유로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이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검토'로 낮춰졌다다. 

태영건설의 PF보증은 올해 들어서도 사업 진행 지연과 금융비용 누적으로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도급 사업 PF보증은 올해 11월말 연결 기준 2조9000억원에 달한다. PF 보증 중 미착공 또는 착공 후 분양 전 사업장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 진행 차질이나 저조한 분양경기가 장기화할 경우 관련 PF 차입금에 대한 상환부담 역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건설업계 일각에선 태영건설 등 중견건설사의 부도 발생 시 하청기업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은행 등 채권자가 채무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견건설사의 부도 여파는 하청 기업에 더해 부실 채권을 책임져야하는 신탁사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채권자가 즉각적인 상환을 요구하기보다 만기를 연장해 주는 등의 방법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상황은 열악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자산유동화 및 모회사를 통한 자금 수혈 등 자체적인 노력을 강구해 유동성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