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생산기지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3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던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는가 하면, 최근 중국 충칭 공장 매각도 공식화한 상태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남아있는 다른 중국 내 생산공장을 추가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미·중 갈등 속 불확실성이 커진 러시아와 중국 시장 대신 미국과 아세안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현대자동차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공장(HMMR)의 매각을 결정했고, 5번째 중국 생산거점인 충칭 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 러시아·중국 판매부진에 생산시설 철수 

현대차는 충칭공장 준공을 통해 현지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누적 판매 천만대 시대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판매부진 등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향후 충칭 공장 매각이 이뤄지게 되면 현대차가 중국에서 운영해 온 5개 공장 중 두 번째 매각 사례가 된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1.2.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 공장 등 5개의 현지 공장을 운영해왔으며, 2021년 판매부진 등을 이유로 베이징1공장을 매각한 바 있다.

현대차는 충칭공장 뿐만 아니라 추가 생산공장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각 대상은 창저우 공장이다. 창저우 공장은 현대자동차의 4번째 중국 생산거점이지만 공장가동률은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현대차가 충칭 공장에 이어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징공장 매각 이외에 상황에 따라서 추가 생산시설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인도네시아 생산거점 확보…시장 공략 강화

현대차는 불확실성이 높은 러시아·중국 대신 미국과 인도네시아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확보하며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30만대 생산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향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공사 속도도 기대보다 빨라져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8월에는 인도 탈레온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도 인수했다. 해당 공장은 연간 13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내 취득 절차가 마무리되면 2025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했다. 이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내에서 아세안 시장을 위한 전략 차종의 육성부터 생산, 판매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물론 인구 6억 이상의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국가별로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아세안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재편하고 있다"며 "다만 인도네시아 등은 일본 업체들이 수 십년 전부터 진출해 점유율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쟁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신흥국가로의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