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의미한다. 기차와 승객이 만나는 접점 공간에서 오늘날 각종 서비스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흔히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린다. 사람을 모으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이 앞다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플랫폼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1위 플랫폼이 강력한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하게 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들이 모두 치열한 생존 싸움에서 승리한 주인공들이다. 29일 기준 이들 4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7조6730억 달러(한화 9875조원)에 이른다.

스마트폰 대중화 이후 '손안의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플랫폼 기업들은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에도 나름 알토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존재한다. 일명 '네카쿠라배당토'(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민·당근마켓·토스)로 불리는 토종 플랫폼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가치를 창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거대 플랫폼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 우대·멀티호밍 제한 등 플랫폼 갑질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글로벌 거대 자본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이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공정위가 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도 업계의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앞서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부터 플랫폼 기업의 반칙행위를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추진해 왔으나 국회 문턱에 막혀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대해 사전 규제보다 소비자 피해가 나타날 때 조치하는 사후 규제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 시장을 사전 규제만으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플랫폼 규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독점적 시장 폐해를 막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관건은 우리의 현실이다. 그나마 토종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국내 플랫폼을 규제하고자 내놓은 법 때문에 거대 해외 플랫폼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 특히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플랫폼에 한번 빼앗긴 시장을 되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디지털 경제 흐름에 역행해 플랫폼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순 없는 상황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해 온 국내 플랫폼 생태계를 망치는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보편적인 생각이 법안을 좌우하는 위정자들에게도 인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