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2023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2차전지·반도체 강세가 이어졌다. 관련 기업 다수가 투자자 관심을 끌어모으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탄소 배출권·로봇 등 이색기업과 코로나 대유행으로 종적을 감췄었던 뷰티 업종 상장이 재개되면서 다양성이 더해졌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바이오기업도 흥행 사례가 나오며 2024년 분위기 전환을 예고했다.

2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3년 상장 시가총액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다. 2차전지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하는 전구체 제조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증시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2023년 10월 말 공모 일정에 돌입, 공모가를 희망밴드(3만6200~4만4000원) 최하단에 결정했음에도 상장 시총이 2조4698억원에 달했다.

수요예측 제도 개편 이후 관심을 모았던 '따따블(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기업도 2차전지 업종에서 나왔다. 2차전지 부품 자동화 장비 전문기업 케이엔에스는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9000~2만2000원)를 초과한 2만3000원으로 확정했고 상장 첫날(12월6일)에는 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서 울트라커패시터(UC) 제조사인 LS머트리얼즈와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영위하는 디에스단석(옛 단석산업)도 IPO 흥행과 따따블에 성공했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지난 2022년 주식시장 한파에서도 꾸준하게 증시에 상장했다. 2023년 역시 전방시장 성장과 함께 꾸준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의 공모 흥행 사례도 계속됐다. 반도체 광학 검사기 제조사 기가비스가 2023년 상반기 최대어(5451억원)에 등극한 것은 물론, 상장 후 시가총액이 9000억원을 넘으며 높은 시장 관심을 이어갔다. 에이직랜드와 퀄리타스반도체, 에이엘티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세자릿수 이상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에코아이(탄소배출권)와 두산로보틱스(협동로봇), 컨텍(우주) 등 그간 IPO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색기업들도 증시상장에 도전하며 투자 열기를 보탰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일반 공모청약에서 2023년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청약증거금(33조원)을 모으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맥이 끊겼던 뷰티기업 IPO도 등장했다. 첫 주자인 마녀공장이 수요예측 경쟁률 1800대 1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데 이어 뷰티스킨도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초과에 결정했다. 마지막 주자였던 에이에스텍도 일반 공모청약에서 6조7687억원의 뭉칫돈을 모으며 증시에 입성했다.

최근 IPO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바이오기업들도 분위기 반등 계기를 만든 한해였다. 시작은 1594대 1의 수요예측 경쟁률 기록한 바이오인프라였다. 이후 에스바이오메딕스와 유투바이오 등이 뜨거운 투자수요를 끌어내며 IPO를 완주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와 같이 공모과정에서는 부진했으나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며 재평가에 성공한 기업도 등장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내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고 여기에 수요예측 제도 개편으로 공모주 투자자 상장 첫날 기대할 수 있는 차익 규모도 커졌다"며 "투자 분위기가 달아오르며 수년간 인기 테마로 자리 잡아온 2차전지·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이색업종도 흥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