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현대제철이 1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나서 최대 5000억원을 조달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1~2월 회사채 시장을 찾아 현금을 확보해 온 '연초 정기 이슈어(issuer)'다. 올해도 새해 벽두부터 자금조달에 나선 현대제철이 '연초효과'를 누려 이자비용을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15일 수요예측을 거쳐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 200억원, 3년물 2200억원, 5년물 6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연초마다 정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다. 특히 지난 2009년 회사채를 2월에 발행한 것을 제외하면 매해 1월 발행을 고집했다. 통상 연초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집행이 재개되면서 투자수요가 몰리는 '연초효과'가 나타나는데, 현대제철은 매년 이 시기에 자금을 조달해 발행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누린 것이었다.

다만 연초 발행이 '필승'을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를 빼면 대체로 연간 두 차례에 걸쳐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연초 대비 연중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가 더 낮았던 해도 많았다. 연초 발행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기는 비교적 최근인 2020~2022년으로, 이는 코로나19 확산과 금리 인상이 있었던 시기였다.

현대제철의 이번 자금조달 목적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쓰일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이달에만 6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번 공모채 발행액을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이달 만기도래 차입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철강 생산을 맡고 있는 현대제철은 현재 AA0(안정적) 수준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AA-에서 상향 조정된 이후 14년째 변함없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철강수요 부진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익성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9조8106억원으로 전년동기(21조3606억원) 대비 7%가량 줄어든 사이, 영업이익은 1조8925억원에서 1조274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중국발 수입물량 증가와 철강 수요의 저성장이 역내 철강가격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현대제철 판재부문의 실적 변동성을 보완했던 봉형강부문 이익도 축소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봉형강부문의 탄력적인 가격체계와 가동률 관리능력, 판재부문의 계열 수요와 개선된 후판 수익성 등을 토대로 제품다각화 효과가 실적 변동 폭을 완화해 일정 수준의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