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사조대림의 인그리디언 인수 매매대금 1차 납부일이 기존 2024년 1월 2일에서 2월 1일로 한 달 연기됐다. 1차 납부 예정 금액은 33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사조대림은 지난해 11월 인그리디언코리아의 지분 100%(151만3050주)를 384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전체 인수금액 중 3300억원(85.9%)을 1차 납부하고 나머지 잔금 540억원(14.1%)은 이후 3년간 매년 180억원씩 분할 지급한다고 밝혔다. 1차 매매대금만 지급하면 지분 100%를 취득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다만 지난달 22일 해당 매매계약일을 한 달 연기했다고 공시했다. 기업결합신고 심사일정 소요가 그 사유였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사조대림과 인그리디언코리아에 보완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높은 인수가를 단기간 내에 납부해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그리디언코리아 인수가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사조대림의 자본총계(6929억원)의 55.4%에 달한다. 사조대림의 현금성자산은 1169억원 수준이다.

동종업계 주가수익비율(PER)과 비교하면 높은 몸값을 지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동종업계 PER이 12.02인 점을 감안하면 피인수기업의 순이익은 319억원이 돼야 하지만, 지난해 인그리디언코리아의 당기순이익은 -91억원에 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M&A가 발생하면 경쟁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등에 관한 보완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자금조달 계획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수 있지만 그게 결정적인 사유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조대림이 밝힌 인수 배경은 식품사업부문 포트폴리오 강화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확대다. 인그리디언코리아는 전분류, 당류, 옥수수분말 등을 생산판매하는 식품소재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40여개국 이상에 생산시설을 갖춘 글로벌 식품기업 인그리디언의 한국 법인이다. 

국내에서는 경기 이천시와 인천 부평구에 제조공장이 있으며, 국내 전분당 시장 1위인 대상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그리디언코리아는 천연 원료인 옥수수, 감자 등을 사용해 특수 기능성 식품소재 생산으로 당류 저감, 칼로리 감소 등이 가능한 제품군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한 '웰빙 푸드'로 사조대림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칼로리, 저지방 등 건강을 중시하는 식품이 각광받는 만큼 건강식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전망이다. 어묵·맛살·소시지류 등 사조대림의 식품제조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47.51%로 가장 높다.

인그리디언코리아는 국내 최초 전분 공장을 설립한 동양식품이 모태다. 1979년 두산에게 매각됐다가 2012년 콘프로덕츠 인터내셔널(Corn Product International, 현 인그리디언)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천과 부평의 생산공장에서 하루 2000톤 이상의 전분당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