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공모펀드가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고 해도 관련 시장이 정말로 활성화될지는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만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놓고 여러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과 말했을 때 공통적으로 나온 발언이다. 공모펀드는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 투자자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고 그 자금을 운영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은 18일 기준으로 순자산총액 380조3385억원에 이른다. 5년 전보다 53.9% 성장했다. 다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이 수치에는 ETF가 포함되어 있다. ETF는 비교 지수의 성과 추적이 목표인 인덱스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소비자의 주식계좌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말한다.

ETF를 제외한 국내 공모펀드 순자산총액을 따져보면 18일 기준 259조2113억원으로 집계된다. 5년 전보다 27.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ETF 시장 규모는 43조4862억원에서 121조1272억원으로 178.5% 급증했다. 

이를 놓고 금융위는 공모펀드의 가입과 환매 절차·기간이 일반 주식보다 복잡하고 길어 ETF보다 불리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서 공모펀드도 ETF처럼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획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공모펀드의 사장 거래 시 거래 편리성을 제고하고 비용 절감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공모펀드의 비교적 낮은 수익률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공모펀드 상장만 추진하면 오히려 환매가 이전보다 쉬워지면서 공모펀드를 팔고 그 돈을 ETF 등으로 돌리는 투자자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 분석 결과에서도 공모펀드의 최근 10년(2014년~2023년 9월) 동안 공모펀드 연간 실질 수익률은 2.36%로 같은 기간 예금(2.12%)보다 0.24%포인트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펀드다모아에 따르면 최근 1년 수익률 기준으로 공모펀드 1549건 중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펀드는 모두 ETF이기도 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SNS를 통해 "공모펀드는 지금껏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로 덧칠하면서 효율성과 시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ETF 등과 비교해 장점을 살리려면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모펀드가 실제로 활성화되려면 세제 혜택 등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 투자 요건을 충족하면 세금을 감면하는 등의 혜택이 있어야 기관투자자 등이 실질적으로 공모펀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대책은 없다. 금융위 역시 고심 끝에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 실효성을 의심받는 대책이라면 보완과 보충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이를 고려해 금융위가 실제 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주의 깊게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