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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 결. 궤.
오동혁
2024.01.23 06:30:20
투자시장 이합집산은 필연적...궤가 다르면 인력 이탈은 '순리'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픽사베이)

[오동혁]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이합집산은 비일비재하다. 크고 작은 이해관계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한다. 명백한 시장논리다. 조직 내 정의(情誼)는 부귀영달 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 유한한 시간과 제한된 기회 속, 개인은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모두 마찬가지다. 오너와 반목한 경영진이 독립하기도 하고, 사업부 수장이 본인을 따르는 인력들을 이끌고 신생 운용사를 차리기도 한다. 기존 회사에 불만을 품고 의기투합해 나간 뒤, 그들끼리도 불협화음이 생겨 또 갈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독립한 하우스들의 이후 행보는 어땠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잘 된 케이스가 많다. 1조원 넘는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벤처캐피탈도 있고, 출범 직후 큰 딜을 따낸 PE도 여럿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협회 등에서 요직을 맡아 감투까지 쓴 경우도 있다.


핵심인력이 이탈하면 기존 회사는 타격을 입는다. 특히 오너 입장에선 뼈 아플 수밖에 없다. 이에 '배신'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꺼내기도 한다. "키워 준 은혜를 모르고"라는 부모 또는 주종(主從) 관계에서나 쓸 법한 선 넘는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분노표출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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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같은 행태를 마주할 때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자기객관화가 부족한 듯해서다. 국내 VC·PE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 건 길어야 20~30년.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그들도 처음부터 왕좌에 있진 않았다. 분명 누군가와는 불편한 헤어짐을 거듭하며 현 자리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내 등에는 칼 꽂힐 줄 몰랐던 것일까. 누군가 안정된 조직을 박차고 나간다면 그건 '불합리'가 리스크를 넘어선 것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처우가 시장가에 한참 못미쳐 불만이 쌓이기도 한다. 이때 감정마저 상하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오너에게 전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위치는 사람을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와 달리 책임져야 할 식구가 늘면 이해관계가 무수하게 얽히게 된다. 보이지 않던 게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이 달라지면 전략도 바뀐다. 오너는 결정권한이 있다.


어떤 집단이 균열없이 지속되려면 최소 세가지 요건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른바 격, 결, 궤다. 우선 '격(格)'이 맞아야 한다. 구성원들과 비슷한 인품·지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거나 전문성 수준이 극도의 차이를 보이면 오래가기 어렵다.


그 다음은 '결'이다. 결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다. 일반적으로 '결이 같다'는 표현은 성향 및 가치관이 잘 맞는 경우에 쓴다. 반대로 사고방식과 목표가 다른 이와는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격은 맞지만 결이 다르면 지인 이상의 관계형성이 어려운 이유다.


마지막은 '궤(軌)'다. 한자 본 뜻은 바큇자국, 수레바퀴다. '궤를 함께하다'는 관용적 표현은 궤도(軌道)를 의미한다. 수레가 지나간 바큇자국이 난 길. 일이 발전하는 방향과 단계를 뜻한다. 격을 갖춘 이들이 목표를 공유한 뒤에도 결국 같은 길을 택해야만 함께 갈 수 있음을 말한다. 


수레바퀴가 단단하다면 긴 여정을 소화할 만한 격을 갖춘 것이다. 표면이 마모 없이 매끄럽다면 결 또한 고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자국을 내며 굴러 가야만 최종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는 곧 어떤 집단이 목적지를 향해 한데 뭉쳐 나아감을 의미한다. 


마부는 언제든 수레바퀴 방향을 틀 수 있다. 이 같은 선택을 할 때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분명 여러가지를 감안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내린 결론일 것이다. 이때 궤가 맞지 않다 느끼는 이들은 이탈하게 된다. 누구를 탓할 게 아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순리(順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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