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이순신 3부작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영화 '노량'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작품을 상영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극장 관객 500만명을 동원하지 못하는 등 저조한 흥행 성적으로 손익분기점(BEP) 돌파 가능성이 낮아졌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노량 : 죽음의 바다'의 국내 극장 관객 수는 전일 기준 누적 450만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이순신 3부작 시리즈 마지막 작품으로 오늘로 개봉 34일차를 맞고 있다. 전작인 '명량'(2014)과 '한산 : 용의 출현'(2022)은 각각 1761만명, 726만명의 극장 관객을 모으며 BEP를 넘기는 등 크게 흥행한 바 있다.

노량은 투자손실이 유력한 상황이다. 투자자 기준 BEP는 극장 관객 720만명으로 책정됐다. 해외판권 판매 등 예상 부가수익이 포함된 수치다. 순제작비만 286억원, 홍보마케팅비(P&A)까지 합치면 300억원이 넘는 고비용이 투입된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보니 BEP가 높게 책정됐다. 특히 후(後)보정 단계에서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이미 다음 작품들의 개봉 일정이 확정돼 '노량'의 스크린 수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량은 현재 전국 524개 극장에서 1287개 스크린을 확보했으며 '외계+인 2부', '서울의 봄' 등과 동시에 상영되고 있다. 내달 7일부터는 배우 조진웅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데드맨' 등이 극장에 새로 걸리게 된다.

'노량'은 현재 경쟁작들보다 뒤처지는 성적을 거두고 있어, 남은 상영기간 중 반전을 노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는 전일 약 2만3066명의 관객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일일 박스오피스 5위 기록이다. '외계+인 2부'(1위)는 물론 지난해 11월 말부터 상영되고 있는 '서울의 봄'(3위)보다 일일 관객 수가 더 적은 상황이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노량'에 제작비를 댄 투자자들은 원금 대비 약 30~40%대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극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먼저 정부·극장·배급사 몫을 떼고, 총제작비까지 차감한 다음에 투자자 몫을 분배한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 BEP를 넘기지 못하면, 투자자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수익구조다.

'노량'에는 영화 제작사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와 롯데컬처웍스 영화사업부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많은 자금을 댔다. 두 회사는 공동 메인투자를 맡았다. 일반적으로 메인투자사는 영화 제작비의 20~30% 가량을 댄다. 이밖에도 미래에셋벤처투자·대성창업투자·캐피탈원 등 국내 벤처캐피탈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고 롯데홈쇼핑 등도 투자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영화 '노량'은 2021년 1월 크랭크인(촬영시작)했으며 첫 펀딩은 이 시기 전후로 시작된 것으로 안다"며 "초기 자금을 댄 투자자들은 대박을 기대하며 이 영화에 장기간 자금을 묶어뒀지만 결국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작에 익숙한 관객들이 영화에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며, 특히 경쟁작인 '서울의 봄' 기세에 눌려 초기에 입소문을 타지 못한 것이 흥행 부진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