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벤츠코리아)가 EV(전기차) 인프라 저변 확대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BMW코리아와 충전기 보유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벤츠코리아는 2년 후에야 500기 가량의 충전기를 확보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는 BMW코리아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충전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 벤츠 충전소, BMW 3분의 1 수준…증설 계획도 미진

24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25곳의 고출력 충전(High-Power Chargin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약 150기의 충전시설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마티아스 바이틀(Mathias Vaitl) 대표는 최근 간담회 자리에서 "올해는 새로운 인프라와 혁신적인 기술, 차별화된 브랜드 활동 등 기존에 없던 고객 경험을 선사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벤츠코리아가 신년 사업전략으로 중 하나로 충전 인프라 확대를 내세웠지만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츠코리아가 호기롭게 내세운 충전 인프라 확대 방안이 라이벌인 BMW코리아에 비해 크게 못 미쳐서다.

BMW코리아는 '차징 넥스트(Charging Next)'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전기차 충전기 1000기를 새롭게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충전기 설립 목표 시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츠코리아는 2년 뒤인 2025년까지 150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반면 BMW코리아는 올해 안으로 1000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벤츠코리아는 이미 설치된 충전기 현황에서도 BMW코리아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벤츠코리아가 국내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수는 350기 가량으로 1119기를 보유한 BMW코리아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 7년(2016~2022년)간 벤츠코리아가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지켜온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벤츠코리아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9184대로 BMW코리아(8225대) 보다 판매량이 많음에도 충전소 인프라 규모에서는 뒤져있다. 

◆ BMW "전기차 파이 키우기"…벤츠, 韓아닌 타국가 투자 관심

BMW코리아의 경우 올해 '차징 넥스트'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이행되면 2100기 가량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이는 KIDA(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 공급하는 충전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하겠다는 현대차그룹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통 큰 결단이라는 걸 엿볼 수 있다.

충전기는 BMW 차량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도 사용이 가능하다. BMW코리아는 "충전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자동차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라며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이 그룹의 슬로건인 만큼 전기차 운전자의 불편함을 더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전기차 파이를 키우는 것이 회사의 성장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충전소 브랜드의 유무(有無)에서도 양사의 충전 인프라에 관한 관심도가 묻어난다는 평가다. BMW코리아는 '차징 스테이션'(Charging Station)이라는 이름으로 드라이빙센터, 호텔, 마트 등에 충전소를 운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벤츠코리아는 별도의 충전소 전용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국내는 차량 제조사 뿐 아니라 환경부, 지자체 등에서 충전소를 세우다 보니 미국, 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편"이라며 "그렇다 보니 벤츠 본사 입장에서 한국 보다는 충전 시설이 부족한 국가에 관련 투자를 선제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