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애경산업 방향키를 쥐게 된 김상준 대표가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올해 글로벌 확장과 내실을 함께 다져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시장에선 김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애경산업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작년 말 임원인사를 통해 김 대표를 애경산업의 수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외부에서 발탁한 인물로 작년 초 애경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된 지 불과 1년 만에 전체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인사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197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와 켈로그스쿨 MBA를 졸업했다. 이후 코웨이와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등을 거치며 전략과 재무 등 경영 전반에 관한 핵심업무를 고루 경험했다.

그는 애경산업이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글로벌 화장품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실제 김 대표는 유니레버 카버코리아 재직 당시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AHC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 대만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성공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김 대표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애경산업은 기존 주력 수출지역이었던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일본, 북미, 유럽 등 수출 전초기지 다각화에 전력투구 중이다.

실제 작년 3월에는 중국판 '틱톡(더우인)'에 자체 메이크업 브랜드인 '루나(LUNA)' 단독 브랜드관을 오픈하며 현지 온라인 수요 선점에 나섰다. 일본에선 큐텐 재팬 등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채널에 신규 입점하는 등 글로벌 영역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작년 5월에는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 지분 70%를 140억원을 들여 인수하기도 했다. 원씽은 2019년 론칭한 브랜드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영토를 넓히며 현재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애경산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김 대표를 필두로 해외시장의 성공적인 연착륙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애경산업은 김 대표의 오랜 재무담당 경험을 살려 내실을 다지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산업은 최근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를 늘리며 재무구조가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애경산업의 작년 3분기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은 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45억원과 비교해 720%나 확대됐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27.2%에서 32.9%로 높아졌다. 대표적인 현금유동성 지표인 현금성자산도 2022년 말 1204억원에서 작년 3분기 말 804억원으로 33.2%나 쪼그라들었다.

김 대표는 올해 선별적인 투자기조 정착과 함께 매출원가를 낮춰 현금창출력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작년 충남 청양군에 소재한 애경산업 중앙물류센터(CDC) 증축을 완료하면서 이를 활용해 물류 인프라뿐만 아니라 물류효율화까지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경우 그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고전했지만 올해부터는 성장을 위한 본격적인 넥스트(Next)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글로벌 영역 확장과 재무개선을 위한 김 대표의 역량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도 "올해는 글로벌 확장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 라인을 늘리는 한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며 "물류효율화를 통한 수익개선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