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침체된 건설업황에도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2022년 아파트 붕괴사고 등 악재가 회사의 유동성 고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 자금 차입이 있었는데 지난해 이를 대거 상환한 것이다. 차입금 상환의 영향으로 이자비용 지출이 줄어 당기순이익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4조1908억원로 전년 대비 27.1%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953억원으로 67.8%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742억원으로 246.8% 증가했다.

건설업황이 부진했음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이익률 높은 자체개발사업에서 매출 성장이 이어진 덕분이다. HDC현산의 지난해 별도 자체주택사업 매출액은 44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8% 증가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56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3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체주택사업의 이익률은 마이너스(-)62.1%에서 15.9%로 개선됐다.

외주주택사업의 매출과 이익률 역시 개선됐다. 지난해 별도 매출액은 2조5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이 기간 이익률은 6.7%에서 8.9%로 2.2%포인트(p) 상승했다.

HDC현산의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회사의 연결 부채총계는 4조8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2억원 감소했다. 줄어든 부채 중 가장 많은 비중은 차입금이 차지했다. 2022년 2조5061억원까지 불어났던 차입금은 지난해 2조943억원으로 4118억원 줄었다.

HDC현산의 차입금이 2022년 급증한 것은 연초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 때문이다. 당시 금융권 일부에선 회사가 시공사로 참여한 사업장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을 거부할 정도로 심각하게 우려를 제기했다.

HDC현산은 회사에 대한 비우호적 시선이 강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차입에 나서야 했다. 결국 2021년 1조7609억원을 기록했던 차입금이 지난해 8000억원 이상 증가했고 이는 2022년 이자비용 증가와 당기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HDC현산 관계자는 "2022년 급증했던 차입금을 지난해 상당 규모로 상환했고 그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줄었다"며 "여기에 법인세 환입액까지 더해지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대규모 차입금 상환으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재무리스크는 극복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22년 1월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12개월 영업정지 또는 건설업 등록말소 등 행정처분 수위를 두고 장기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의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HDC현산의 향후 영업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다만 행정처분이 확정된다 해도 법적 대응을 활용한 '시간벌기'가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는 영업활동을 현재처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