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롯데정밀화학은 팬데믹으로 경기가 한창 움츠러들었을 때 역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M&A(인수합병) 대금을 제외하고 증설 투자비만 따졌을 때 2013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을 그린소재 사업에 꽂았다. 2020년 그린소재 사업 연간 이익이 700억 남짓인데 반해, 1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회사의 판단은 옳았다. 케미칼 부문이 시황에 따라 이익이 들쭉날쭉한데 비해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구성된 그린소재 사업은 비교적 안정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그린소재 부문이 케미칼 부문의 염소 계열 제품 매출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전세계적인 친환경 요구에 걸맞은 미래 먹거리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헤셀로스 3공장이 시범 가동된다. 작년 말 완공된 3공장은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부지 위에 지어졌다. 팬데믹이 발생한 이듬해 착공에 들어가 2년여에 걸쳐 마무리했다. 여타 공장은 롯데정밀화학이 직접 생산도 하는데, 3공장은 롯데케미칼이 위탁 생산해 롯데정밀화학은 팔기만 하면 된다.

총 1400억원을 들여 지은 3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1만톤으로, 아직까지 시범 생산 단계지만,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비즈니스 역량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헤셀로스 연 생산능력 대비 50% 이상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헤셀로스는 그린소재사업부의 대표 캐시카우다. 같은 산업용인 메셀로스와 합해 롯데정밀화학의 시장 점유율은 52%로, 사실상 과점 체제다.  헤셀로스는 수용성 페인트 원료다. 환경 규제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당시 회사의 투자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 소식이 들리면서 유렵에서 헤셀로스를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식의약용으로 쓰이는 애니코트·애니애디 라인 증설도 시작했다. 총 39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10%도 집행 안됐다.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식의약용 투자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연간 2000톤 애니코트를 생산할 수 있는 E라인 투자를 지난 2022년 마무리한데 이어, 1년 만에 증설을 검토했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담금질에 나선 것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갈수록 의약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판단해서다. 실제, 애니코트·애니애디 매출 비중은 2022년 6% 수준이었으나, 현재 두자릿수까지 올라온 상태다. 

특히 애니코트는 캡슐과 알약 표면의 코팅제를 만들 때 쓰이는데, 그야말로 노다지다. 롯데정밀화학 제품군 중 ECH나, 헤셀로스 등은 용도 측면에서 건설 시황과 맞닿아 있는데 반해, 꾸준한 수요가 있는 애니코트는 상대적으로 외형 성장에 걸림돌이 크지 않다. 또, 애니코르틀 만들 때 그린소재 부문의 한 축인 메셀로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밸류체인(가치사슬)'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다.

한편 롯데정밀화학은 2022년 기준 5000억원 수준인 그린소재 부문 매출을 2030년 3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500% 신장을 이끄는 묘안은 시트러스, 해조류, 콩류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이다. 현재 매출이 '제로'인 신사업은 2030년 기존 사업 외형과 비등한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그린소재 부문은 매출이 거의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전방 산업이 건설업이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스피셜티 제품 증설을 통해 고부가 제품 매출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