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길게는 20년에서 적게는 10년가량 업계에 몸담으며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C레벨급(CEO·CSO·CMO)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중추장대 산업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는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발탁된 방실 대표가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그룹 내 보직으로 옮긴 제이크 아우만(Jake Aumann)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이달 1일부터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2021년 크라이슬러, 지프 등을 보유한 FCA와 푸조, 시트로엥 등을 갖춘 PSA간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의 한국지사다.  방 대표는 여성이자 첫 한국인 대표로 같은해 설립된 스텔란티스코리아를 이끌게 됐다.

방 대표는 20년 가까이 업계에서 활약하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관해서도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CEO로는 보기 드물게 홍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설립 당시 원년 멤버로 참여해 10년간 홍보와 마케팅을 담당했다. 폭스바겐코리아 첫 여성 임원을 지낸 뒤, 2015년에는 르노코리아(당시 르노삼성자동차)로 영입돼 9년간 마케팅 담당 이사, 지역본부장, 네트워크 교육지원 담당 등을 맡았다.

하지만 방 사장이 젊어지고 있는 어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방 사장은 국내에서 스텔란티스의 입지를 키워야한다는 중책을 안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대표 모델인 지프(Jeep)의 지난해 누적 판매량은 4512대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국내에서 RV(레저용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실적이 뒷걸음친 만큼 마케팅 등 전략 보강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프 외에도 푸조, DS, 시트로엥 등 프랑스 차량의 존재감을 키우는데도 힘써야 한다.

한국GM은 여성 임원 2명이 경영 최전선에 선다. 최근 신설된 CSO(최고전략책임자) 자리에 정정윤 전무를 앉힌데 이어, 윤명옥 전무를 새 CMO(최고마케팅책임자)로 발탁했다. 정 전무는 2003년 GM에 입사한 이후 20년간 재직한 'GM맨'이다. 2021년 전무 승진과 함께 쉐보레 국내영업본부장을 역임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CMO로 임명돼 쉐보레, 캐딜락, GMC 브랜드를 총괄해 왔다.

정 전무의 뒤를 이어 CMO를 맡게 된 윤 전무도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GE헬스케어를 거쳐 2019년 GM에 합류한 뒤 해외사업부문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2020년 에는 전무 승진과 함께 한국사업장의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해 왔다. 특히 이달 2일 열린 한국GM의 신년간담회에서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 사장, 구스타보 콜로시(Gustavo Colossi) 부사장과 함께 연단에 올라 행사 전반을 이끌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남성 중심의 이미지가 강한 자동차 업계도 성별의 장벽이 무너진지 이미 오래"라며 "소통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 인재들이 널리 포진해 있는 만큼 C레벨급 여성임원들이 꾸준히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