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금호타이어가 라이벌인 넥센타이어와의 생산능력(CAPA) 경쟁에서 승기를 거머쥔 모양새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여있던 2018년 무렵 100만본까지 좁혀졌던 넥센타이어와의 생산능력 격차를 1800만본 가까이 벌리는데 성공했다. 

동남아 유일의 생산거점인 베트남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AX)을 감행하면서 넥센타이어를 따돌릴 수 있게 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올해 글로벌 8개 생산공장을 통해 6200~6300만본(개) 가량의 타이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5400만본을 생산한 지난 2022년 대비 약 16% 증가한 수치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3개(광주‧곡성‧평택) 외에도 중국 3개(난징‧텐진‧창춘), 베트남 1개(빈즈엉), 미국 1개(조지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연간 생산량 6000만본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공장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 덕분이다. 지난 2008년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미프억3산업단지내(Binh Duong Province My Phuoc3, Industrial Park)에 설립된 베트남공장은 그간 두 번의 증설이 이뤄졌다. 

먼저 지난 2021년에 3398억원을 투자해 기존 400만본이던 생산능력을 750만본으로 확대했다. 이어 88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난해 연말 생산력을 1250만본으로 확대했다. 투자금 대부분은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더블스타를 통해 조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타이어가 베트남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이 굿이어(Goodyear) 등 자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y)를 부과키로 하자 금호타이어는 베트남공장을 돌파구로 택했다. 한국산(27.81%) 대비 반덤핑 관세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베트남(10.08%)에서 보다 많은 타이어를 생산키로 한 것이다. 아울러 인건비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1250만본의 생산능력을 갖춘 베트남공장은 올해부터 정상 가동된다. 다만 지난해 10월 증축이 마무리 되고나서 부터 일부 추가 생산이 이뤄진 만큼 금호타이어의 실적 증대에도 큰 보탬이 됐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역대 두 번째인 4조41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다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인 3888억원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는 호실적 달성과 더불어 넥센타이어(4500만본)와의 생산능력 경쟁에서도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4년 무렵 금호타이어는 5100만본의 생산력을 갖추면서 4000만본 수주인 넥센타이어를 여유 있게 앞질렀다. 하지만 2018년 4100만본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추월당할 위기에 몰렸다. 

당시 중국의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다소 불안한 경영 상황에 놓인 탓이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로 인해 채권단(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관리 체제에 놓여 있다가 더블스타로 경영권(지분율 45%)이 넘어갔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에 대한 대응과 동남아 생산기지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베트남공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며 "올해부터 베트남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공장 8곳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간 6200만본 가량의 타이어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