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적자 늪에 빠진 휠라홀딩스 미국 법인(휠라USA)이 올해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작년 발목을 잡았던 과잉재고를 소진했더라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대규모 할인 등으로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화하면서 제품 판매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반면 회사 측은 올해부터 고마진 유통 채널을 확대할 경우 리브랜딩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작년 3분기 휠라USA 누적 매출은 2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3755억원) 3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19억원에서 1362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적자 폭이 1100억원 이상 확대됐다. 2021년 휠라USA가 10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 2년 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의류업계 침체로 재고부담이 가중된 탓으로 풀이된다. 과잉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등을 지속하다 보니 마진율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 작년 3분기 휠라홀딩스는 552억원의 재고자산평가손실(연결기준)을 반영했다. 여기에 재고관리를 위한 물류비 등 고정비용도 증가하면서 기름을 부은 것으로 분석된다.

휠라홀딩스에 따르면 현재 휠라USA의 재고자산은 2022년 말과 비교해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ROSS), 코스트코(COSTCO) 등 저마진 채널을 중심으로 재고를 소진한 탓에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당초 목표했던 재고 조정에는 성공한 셈이다. 휠라USA는 그간 발목을 잡아왔던 과잉재고를 해결한 만큼 올해부터 고마진 유통채널을 확대해 턴어라운드를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휠라USA는 95%에 달하는 홀세일 채널 비중을 2026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그 대신 풋웨어 전문 편집샵 풋락커, 슈카니발 등 고마진 채널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 나아가 온라인몰을 활용한 소비자 직접판매(D2C)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휠라USA 공식 홈페이지도 리뉴얼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노력에도 휠라USA가 당분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는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근본적인 판매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소진을 위해 과한 할인율을 적용하다 보니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고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휠라USA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9년 6255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이듬해 5100억원으로 18.5% 줄어들더니 ▲2021년 5686억원 ▲2022년 463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매출이 꾸준히 우하향을 그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재고소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휠라 역시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할인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브랜딩 작업에 나서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하긴 했지만 목표한 대로 재고조정을 마무리하고 있다"며 "올해 무분별하게 판매하던 홀세일 비중을 낮추고 D2C 등 직접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고마진 채널 유통을 확대하면 휠라의 브랜드 이미지도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