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7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출발부터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농협은행의 배임 사고가 터진 데다 금융당국이 농협금융 계열사 지배구조 문제까지 칼날을 겨눴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에 들어갔고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정기 검사에 앞서 NH투자증권에 대한 사전 검사를 이날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배임 사고뿐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강 회장은 우선 취임 직전에 불거진 농협은행의 배임 사고로 인해 내부통제 리스크에 직면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만원 규모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농협은행의 내부 감사에서 여신 담당 직원이 일부 기업에 담보물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대출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직원에 징계를 내리고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배임 사고를 계기로 금감원은 7일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해 수시 검사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4년 반 동안 배임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부실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또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의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에도 칼날을 겨눴다. 농협중앙회장은 그동안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 인사에 개입해왔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명예직으로서 공식적으로 농협금융그룹에 대한 인사권이 없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증권, 보험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해 온 것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장은 새롭게 취임할 때마다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로부터 줄사표를 받았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지난해 말 마련한 금융지주 모범관행의 첫 타자로 농협금융 계열사를 꼽았다는 분석이다.  

11일 예정된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발표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번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장의 개입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NH투자증권은 농협 출신이 아닌 자본시장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 출신이 맡으면서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례적으로 증권업 경력이 없는 조건부 후보가 포함되면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차기 사장 최종 후보군을 확정했다. 이 중 유찬형 전 부회장은 증권업 경력이 전무한 인물이다. 게다가 퇴임 후 2년밖에 지나지 않아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 대상이다. 지난 2월 공직자윤리위에 심사를 요청한 만큼 빨라야 4월 말께 심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자칫 한두 달가량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임 건이 어떻게 정리되더라도 지배구조 이슈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취임부터 산적한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