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삼성SDI의 사내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진 중대형전지사업부장(부사장 사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박 부사장 중용은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함으로 해석 중이다. 이에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을 타파하기 위해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의 사업화를 앞당기는 중책이 박 부사장에게 맡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오는 20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박진 부사장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박 부사장을 후보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개발, 연구소, 판매법인장 등을 두루 거쳐 제품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 전문성이 우수하다"며 "해외 거점 증설, 고객사와의 합작사(JV) 협력, 차별화 제품 라인업(Line-up) 확보 등을 추진함으로써 사업의 지속성장 기반을 확고히 다져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삼성SDI 사내이사진은 박진 부사장을 포함해 최윤호 대표와 김종성 부사장까지 3인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최 대표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김 부사장이 재무, 박 부사장이 중대형 배터리 사업의 생산 및 마케팅을 나눠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66년생으로 환갑을 앞둔 박진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 석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곧장 유학길에 올라 독일 본대학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화학도'다. 그간 삼성SDI가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 임원 출신들을 중용했던 것과 달리, 박 부사장은 ▲2013~2015년 배터리셀개발그룹 상무 ▲2015~2017년 마케팅 그룹장 ▲2017년 SDIEU 법인장 ▲2020년 중대형전지사업부장(부사장) 등 임원 생활의 대부분을 중대형전지사업부에서 해 온 인물이다.

업계는 박 부사장이 그간 굵직한 성과를 내왔기에 삼성SDI가 그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보고 있다. SDIEU의 매출만 봐도 박 부사장 부임 전인 2016년에는 206억원에 불과했으나, 그가 중대형전지사업부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2019년 309억원을 기록하며 50%나 증가했다. 아울러 적자를 면치 못했던 중대형전지사업부의 사업효율성 개선해 흑자전환 시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박 부사장의 이사회 진입은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위한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삼성SDI가 올해 각형 배터리 'P6'를 신규 공급해 프리미엄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을 과제로 내건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전지 양산을 위한 세부 로드맵을 발표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추며 작년 말 중대형 전지 사업부에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업계 및 글로벌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어 사업에 대한 추진력과 전문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박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이사회의 의사 결정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