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국내 철근 수요가 호황기를 지나 빠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철근 수요가 5년 만에 1000만톤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견조한 수요를 등에 업고 달려왔던 국내 철근 생산업체들의 수익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철근 수요는 지난 2017년 정점을 찍은 이후 2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철근 명목소비량은 1218만톤(내수판매+수입)이었다. 2018년에는 48만톤 감소한 1170만톤을 기록했다. 올해는 1070만톤으로 전년대비 100만톤 가량이 추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 철근 수요는 1000만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현대제철 컨퍼런스콜에서 함영철 영업본부장도 “내년에도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1000만톤 내외 선까지 철근 수요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 철근 수요 위축의 가장 큰 원인 제공은 건설경기 부진에 있다. 철근 주력 수요산업인 아파트 신규 건축은 2017년 57만호에서 올해 28만호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철근 수요를 지탱하던 아파트 건축이 줄어든데다 사회간접자본(SOC)사업도 예전보다 위축되면서 철근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철근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활발하게 공장 투자나 상업용 건물 등을 건축해줘야 하는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정부에서 경기 부양에 대한 조속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철근 수요가 줄면서 생산업체들의 감산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철근 제조업체들은 지난 여름 비수기 공장 보수에 이어 계절적 성수기인 10월에도 각 업체별로 일정을 조정해 감산을 이어왔다. 감산은 극심한 수요 부진에 따른 불가피한 재고조정 측면이 컸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 7대 철근 생산업체 재고는 25만톤 수준으로 그나마 적정재고를 유지했으나 3분기 들어서면서 수요가 급감하면서 현재 35만톤에 육박하고 있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철근 제조업체들의 감산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감산은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도 직결되고 있다. 철근 전문 생산업체 5개사(한국철강, 환영철강, 대한철강, YK스틸, 한국제강)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보면 2.7%로 호황기였던 2017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특히 철근 수요 1000만톤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는 내년에는 공급과잉 구조 속에서 더욱 치열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예측수요와 비슷한 규모였던 2014년 국내 철근 생산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1%에 그쳤다. 결국 철근 수요 1000만톤 시대 종결로 철근 생산업체들의 수익도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국내 철근 제조업체들의 당면과제는 매출 확대보다는 효율적인 감산정책과 원가경쟁력 확보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최대한 수익성을 보전하는데 전략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근 수요 1000만톤 하회가 본격화되는 내년을 포함해 향후 2~3년간 수요 감소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진행 중인 호황 출구전략을 우호적으로 매듭짓고, 본격적인 공급과잉 시장 진입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