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벤처캐피탈, 3% 룰에 막힌 감사선임
대성창투·SBI인베스트·린드먼아시아·TS인베스트 등 감사선임 부결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2일 12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민지 기자] 주식시장에 상장한 벤처캐피탈들의 대다수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자체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자투표제도를 활용하고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노력에도 안건 통과를 위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정기 주주총회을 진행한 ▲대성창업투자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 상장 벤처캐피탈의 감사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2019회계년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다른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된 것과 대조된 결과다. 벤처캐피탈들은 감사선임 부결에 대한 이유를 ‘의결 정족수 부족’이라고 밝혔다. 


다른 안건과 달리 감사선임 통과를 위한 의결 정속수가 부족한 것은 이른바 ‘3%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들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발행 주식 2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법 409조에 따라 상장사 감사선임 시 최대주주 등 주요 주주는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기업의 최대주주가 50%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도 감사선임 안건에 있어서는 3%만 영향력을 가지는 셈이다. 관련 법안은 주요 주주의 지나친 경영 참여를 막고 소액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액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율이 낮아 상장사들이 감사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룰로 감사선임이 부결되는 문제는 코스닥협회 등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나 금융 당국은 뚜렷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룰과 같은 상법 문제는 법무부에서 전담한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기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며 “3%룰과 관련한 감사선임 부결 문제는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이어지는 감사선임 안건 부결은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 폐지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섀도보팅 제도는 참석인원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찬성, 반대 여부를 참석한 주주들의 비율과 동일하게 간주한다. 하지만 일부 대주주들이 섀도보팅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 강화의 도구로 사용해 논란이 되면서 2017년에 폐지됐다.


벤처캐피탈 감사의 임기 기간은 통상적으로 3년이다.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기 전 선임된 감사들 중 임기가 만료된 감사들은 올해 새로 선임 절차를 걸쳐야 한다. SBI인베스트먼트와 대성창업투자는 각각 2016년과 2017년도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을 위한 안건을 냈다. 당시에는 섀도보팅 제도가 적용돼 감사선임 안건이 통과됐지만 올해는 부결됐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올해는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와 3%룰로 인해 감사선임 안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감사선임 부결로 벤처캐피탈의 감사 자리가 공석이 될 일은 없다. 현행법상 기존 감사가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퇴임해도 신규 감사가 선임될 때까지 감사로서 권리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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