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ON의 핵심 빠진 어설픈 통합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4일 08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전세진 기자] 솔직히 롯데라면 뭔가 보여줄 줄 알았다. 국내 재계 5위 대기업이자,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 아니던가. 지난해 롯데 유통 계열사 7개의 쇼핑몰을 통합하는 '롯데ON'의 밑그림이 그려질 때부터 큰 기대감을 가졌고, 코로나19 여파로 론칭이 늦어진단 소식에도 고대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공식 출범한 롯데ON을 마주한 순간,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소비자 입장과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롯데의 통합방식 때문이다.


우선 기존 유통 계열사들의 앱을 정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앱 다운을 위해 앱스토어에서 '롯데ON'을 검색하면, 롯데마트, 롭스 등 기존앱들이 '롯데ON 하나면 된다'는 같은 설명을 달고 동시에 검색된다. 롯데ON의 통합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지 않고서야 도대체 어느 것이 통합앱인지 혼란스럽다.


물류가 통합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롯데ON에서 상품을 한꺼번에 주문해도, 계열사별로 각기 이뤄진다. 각 계열사의 배송시스템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롯데ON에서 각기 다른 계열사 상품을 구매하면 가격합산 혜택도 누릴 수 없다. 다시 말해 롯데백화점에서 A를 구매했는데 무료배송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롭스에서 B를 사더라도 상품을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없다. 무료배송을 받기 위해선 계열사별로 정해놓은 허들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격메리트를 갖춘 것도 아니다. 롯데ON은 최저가를 내세우는 정책을 지양한다. 출혈경쟁에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전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대신에 롯데는 고객맞춤형 혜택을 줄 수 있는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고객의 구매 패턴을 400여가지로 세분화하고, 롯데멤버스가 보유하고 있는 39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적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롯데는 이외에도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 집객 유도 목표 달성을 위해 롯데ON에 자주 이용하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상품 수령이 가능한 스마트픽’ 서비스도 적용했다. 롯데가 설계한 롯데ON 서비스를 열거해 보니 애초부터 기존 이커머스와 궤가 다른 서비스를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롯데의 롯데ON 서비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길이 가지 않는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기존앱에 상품 모아보기 기능을 추가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필살의 전략 없이 롯데 브랜드 이미지를 팔아 손해 보지 않는 장사만 하겠다는 속셈이 보여서다.


이쯤 되니 롯데ON을 기획했던 당사자들에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이커머스로 갈아탄 가장 큰 이유가 다름 아닌 빠른 배송과 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주부들 사이에선 "쿠팡의 8할은 아기 엄마들이 키웠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집안일에 지치고, 급하게 아기 용품이 필요한 주부들이 로켓배송 같은 빠른 배송을 선호하면서 쿠팡의 인지도가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쓱닷컴도 마찬가지다. '국민가격'이란 초저가 상품과 품질 좋은 신선식품을 집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단 편의성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가 급증했다.


롯데ON에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 싸지도 빠르지도 않는 온라인 채널에 소비자들이 모일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한다. 롯데의 야심찬 빅데이터 기술도 결국 알아봐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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