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곽경훈 써니전자 부회장 등은 보유하고 있던 써니전자 지분을 장내에서 매각했다. 그 결과 곽 부회장이 유지하던 써니전자 최대주주 자격은 상실됐다.

써니전자는 공시에 "특정한 대량지분 보유자가 없는 관계로 변경후 최대주주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대 지분보유자가 확인되는 대로 다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경훈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한 시기는 지난달 20일이다.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 168만여주(지분율 4.97%) 전량을 장내에서 팔아치웠다. 매각 후 회수한 금액은 53억5400만원이다.

곽 부회장만 보유 지분을 매각한 게 아니다. 비슷한 시기, 부친인 곽영의 회장도 보유 지분 대부분을 장내에서 팔아 10억5700만원을 회수했다. 형인 곽동훈 전 부사장은 보유 대부분을 매각해 34억9700만원, 동생인 곽선아 씨는 지분 전량을 장내매도해 2억6900만원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곽 부회장 일가가 이번에 보유 지분을 처분해 챙긴 현금만 101억7600만원에 이른다.

사실 곽 부회장 일가의 보유 지분 매각건은 과거에도 수차례 발생했다. 2017년부터 집계만 하더라도 곽 부회장 일가가 지분 매각으로 챙긴 돈만 모두 200억원에 달한다. 모두 장내 매각이었다. 다만 이번과 같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할 만큼 지분 전량을 매각한 적은 없었다.

금융투자(IB)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오너(owner)' 일가가 보유 지분을 대량으로 장내에서 매각해 최대주주 지위를 잃는 경우는 드물다"며 "책임 경영과 다소 거리가 먼 행위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더라도 경영권을 잃는 것은 아니다. 현재 써니전자의 이사회는 곽 부회장을 포함해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차상권 대표만 임기가 내년 3월말까지고 나머지는 2022년 3월말 이후다. 지분이 없더라도 이사회를 통해 써니전자의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곽경훈 부회장이 써니전자 본사에 합류한 시점은 2009년 3월이다. 당초 미국 지사장으로 있었으나 곽영의 회장의 부름을 받고 귀국해 총괄 사장(대표이사)을 맡게 됐다. 이후 지난 2018년 3월부터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출신인 차상권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기고 부회장을 맡고 있다. 

차 대표의 경우 2013년 3월 총괄 부사장으로 써니전자에 입사했다. 당시부터 곽 부회장을 대신해 '안방마님' 역할을 했다. 차 대표가 써니전자에 합류한 이후 회사의 실적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같은 공로로 입사 5년만에 대표직까지 올랐다.

다만 곽 부회장 측에서 이사회 임기말까지 경영권 지분을 취득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곽 부회장이 써니전자 전환사채(CB)를 23억원어치 보유하고 있긴 하나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지분율은 3.21%(111만9766주)에 불과하다. 당장 써니전자 정관에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을만한 조항을 담고 있지 않다. 자칫 외부세력의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써니전자는 전자통신 제품에 쓰이는 수정진동자를 제조하는 사업체다. 1966년 9월 설립 이후 수정진동자, 한 우물만 판 곳이기도 하다. 유가증권시장에는 1987년 4월에 상장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재직했던 임원이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출신이었다는 이유로 주식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