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압박 수위 높이는 美…셈법 복잡해진 이재용
트럼프 정부 추가 제재안 발표 직후 중국行…현지 상황 직접 살펴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5일 17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류세나 기자] 화웨이를 볼모로 한 미국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가 재격화하면서 화웨이를 주요 거래선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기업에 별다른 요구를 하진 않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조만간 미국이 화웨이 제재 동참을 주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 후 첫 번째 출장지로 중국을 택한 것과 관련해 출장 배경과 이후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 애플·퀄컴 등 거대 美시장vs. 中화웨이, 기존 핵심 매출처


삼성에 있어 화웨이는 5G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 경쟁자다. 반면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영역에선 관련 제품을 납품하는 핵심 매출처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업부문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화웨이와의 관계 설정이 더욱 중요하다. 


업계에서 2박3일간의 이 부회장 중국 출장 배경에 관심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장 시점도 미묘하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추가 경제 제재안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이 부회장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장비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화웨이 설계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면허를 받도록 제재 수위를 높였다. 화웨이에 비메모리 반도체를 팔려면 자국기업은 물론 해외기업들도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화웨이의 가장 큰 수익원인 통신장비와 단말기 제조에 들어가는 비메모리 반도체 수급 통로를 차단해 중국 최대 유망 IT 기업인 화웨이를 쥐고 흔들겠다는 게 미국의 전략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 같은 조치는 화웨이가 설계한 비메모리 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에 당장 미칠 영향은 없다.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삼성과 화웨이간 거래관계도 없는 상태다. 다만 향후 메모리 반도체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中 찾은 이재용, "변화에 선제 대비해야"



미국와 중국 패권 전쟁에 끼인 삼성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핵심 매출원 중 한 곳인 화웨이를 잃고, 화웨이 편에 서자니 자칫 미국 내 주요 거래선 모두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화웨이 역시 뒷배에 중국 정부가 버티고 있는 만큼 화웨이를 놓을 수도 없다. 최악의 경우까진 끌고 가진 않겠지만, 삼성 내부에선 이미 미국과 중국 모두를 잃는 최악의 경우까지 모두 고려한 셈법을 구사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현지 상황을 살피는 것은 물론 화웨이와의 거래 규모 변화 시나리오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시안 소재의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자리에서 외부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며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중국 출장에는 이 부회장외에도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등과 동행했다. 그런데 외신 등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화웨이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고위 관계자가 중국 현지에서 회동을 가졌다. 당시 자리에서 화웨이 측은 삼성에 안정적인 제품 납품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 자리에선 구체적인 약속이 오고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내외부 다양한 요소들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만큼 화웨이 측의 입장을 듣는 성격이 짙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압박 외에도 국제공조 여부도 삼성의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영국 총리도 기존 방침을 뒤엎고 5G 이통사업에서 화웨이 제품을 전면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삼성이 공들이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하는 지점이다. 글로벌 1위 비메모리 제조기업인 대만 TSMC는 이미 미국 정부와 방침을 같이하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가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경우 '2030년 메모리-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이란 삼성의 꿈은 요원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기업 관계자는 "화웨이 압박 수단이 자칫 국내 반도체 시장을 포함한 ICT 전분야를 위축시키는 부메랑을 작용하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반도체가 흔들리면 한국경제 전반이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게끔 정부가 외교능력을 발휘해 선제적인 조취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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