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현대重-대우조선 합병…EU 승인 '분수령'
EU, 올 들어서만 세 차례 기업결합심사 유예

[팍스넷뉴스 유범종 기자]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정이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 이후 1년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여전히 합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양사 결합의 최대 관문으로 꼽히던 유럽연합(EU) 기업결합심사가 최근 다시 한번 유예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최근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를 일시 유예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의 기업결합심사 유예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앞서 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심사를 위한 자료수집 등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 심층심사를 유예했고 6월 다시 재개했다. 집행위원회 측은 심사 재개 당시 최종 결과 통보 기한을 오는 9월3일로 제시했지만 심사가 다시 한번 유예되면서 결과 통보는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절차에 따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일본, 유럽연합(EU) 등 6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업결합 승인을 통과한 국가는 카자흐스탄이 유일하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10월 말 이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해외 경쟁국 가운데 단 한 곳에서라도 반대를 할 경우 인수 실익이 사라져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특히 핵심 변수로 지목됐던 유럽연합(EU)의 승인은 쉽사리 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은 경쟁법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한 기업의 과독점을 경계한다. 특히 유럽은 한국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춘 LNG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지역이다. 까다로운 유럽연합의 기업결합심사만 통과한다면 남은 과정은 수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럽연합의 잇단 기업결합심사 유예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다지고 있다.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함께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주자들이 호시탐탐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생존을 위한 중요한 퍼즐조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전세계 조선산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대형화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조선사들의 노력은 단발성이 아닌 추세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1위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이 합병해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출범했다. 합병한 양사의 선박 건조량을 2018년 기준으로 단순합산하면 1041만톤에 달한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757만톤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일본도 지난해 11월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합병 수준의 자본·업무 제휴에 합의했다. 또 빠르면 오는 10월 합작회사인 일본 십야드(NSY·Nippon Ship Yard)를 출범할 계획이다. 일본 십야드는 이마바리조선이 지분 51%, 재팬마린유나이티트가 지분 49%를 보유하게 된다. 일본 십야드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제외한 선박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연구설계, 계약 등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추진도 이러한 대형화 추세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특히 양사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압도적인 세계 1위 '공룡 조선소'가 탄생한다. 이는 곧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와 구매경쟁력 강화로 직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Clarkson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의 수주점유율은 세계 1위(13.9%)로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면 점유율이 21.2%까지 올라간다.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은 막강한 물량을 바탕으로 선가협상력 제고와 경쟁력 있는 원자재 매입 등이 가능해져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유럽연합 등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올해 안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기업결합심사라는 난관을 뚫고 최종 합병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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