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독감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시행(9월8일)을 일주일 앞두고 정부와 제약사간의 독감백신 가격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다만 국내 첫 4가 독감백신 제품을 출시한 GSK는 공급물량, 가격 등의 이유로 NIP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 SK케미칼, 사노피 파스퇴르 등 4가 독감백신 개발·생산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백신 가격을 수용하고,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독감백신 조달 5차 입찰'에 참여했다. 5차 입찰 결과는 오는 3일 발표될 예정이며 해당 결과에 따라 기업별 공급물량이 정해진다.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다'며 NIP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정부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한 백신 개발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낮아서 NIP 사업에 참여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지만,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최종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독감백신 NIP 입찰은 지난 6월부터 진행됐지만 백신 공급가격에 대한 정부와 기업간의 이견이 커 계속 유찰됐다. 이때 정부가 제시한 가격은 1도즈(1회 접종분)당 8790원이다. 이는 지난해 NIP를 제외한 일반접종 시장 평균가격(약 1만5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는 9500원 이상의 가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정부 제시 가격을 수용하되 정부가 NIP 물량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고부담을 덜어달라'고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NIP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GSK는 NIP 사업 참여여부를 논의했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백신 개발 기업 관계자는 "GSK가 올해 국내 공급할 독감백신 물량은 작년보다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IP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결국 '가격' 때문"이라며 "GSK는 굳이 손해보면서까지 국내 NIP 사업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GSK를 제외한 대다수 4가 독감백신 개발·생산 기업들이 정부 제시 가격을 수용함에 따라 올해 계획된 NIP 접종은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NIP 접종은 8일 2회 접종 대상자(영유아 및 생애 첫 접종자)를 시작으로 10월27일 만 62~69세 어르신까지 연령별로 나눠 진행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4가 독감백신 무료접종 연령대를 생후 6개월~만 12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노령층은 만 65세 이상에서 만 62세이상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올해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519만명 증가한 1900만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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