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바이오 기업의 '강성주주'들 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술 취해서 행패를 부리거나 심한 욕설을 하기도 한다. 협박 발언을 들은 날에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한 제약사 직원의 하소연이다. 과거부터 국내 바이오주는 유독 열성적인 '강성주주'가 많았지만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더욱 심해졌다.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다. 이들의 관심은 기업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주주들의 목적은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켜 수익을 증대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개입은 기업의 수익성 향상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강성주주들의 '도 넘은' 행동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제약사 주주들은 해당 기업 직원을 사칭하며 '가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업에서 계획하지 않은 내용이 수많은 언론사 메일로 보내진 것이다. 강성 주주의 보도자료 및 허위 사실 유포로 주가 혼란이 생겼고, 결국 일부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제약사 강성주주도 기업 홍보팀을 사칭해 허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주주가 관심을 넘어 '행패'를 부린 사례도 있다. 주가가 떨어지자 물통 크기의 기름통을 들고 자살 소송을 벌이는가 하면, 술에 취해 기업 로비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례도 다반사다.
코로나19 치료제 허가 심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일부 강성주주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심사결과가 늦게 나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을 내릴 경우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주주로서 '단순 항의도 못하냐'고 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들의 행동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는 '테러'에 가깝다.
주주로서 기업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분별한 믿음으로 일부 도를 넘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다 건전한 주주 문화가 정립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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