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보다 무서운 '부처간 OTT 쟁탈전'
규제 완화·산업 육성 공언 옛말...뒤로는 '잇속 챙기기' 급급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10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조아라 기자] 김은희 작가를 글로벌 탑 클래스 반열에 오르게 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김은희 작가는 개그맨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퀴즈 온더블록'에 출연해 킹덤을 "2011년에 써보고 싶었던 드라마"라고 했다. 폭력성과 잔인성, 대규모 비용 등 여의치 않은 국내 제작환경 탓에 킹덤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작품이었다.


그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시사점은 세 가지다. 권선징악을 중시여기고 '한(限)'이라는 특유의 정서가 담긴 한국 드라마의 '끌어당기는 힘', 창의력과 상상력을 옥죄고 연출진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보수적인 국내 미디어 제작 환경, 이러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 대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글로벌 OTT(Over The Top) 넷플릭스의 위상이다.


넷플릭스의 힘은 '규모의 경제'에 있다. 광고 수익 없이 오로지 구독료를 기반으로 콘텐츠의 스토리와 메시지에 집중해 글로벌 가입자 2억명을 확보한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매출은 23조3000억원으로 3년간 무려 5.2배나 늘었다. 그 사이 국내 OTT 기업과의 격차도 벌어졌다. 웨이브와 티빙의 지난해 이용자는 전년대비 각각 7%, 5% 늘어난 데 그친 반면, 넷플릭스는 24% 급증했다. 국내 OTT 플랫폼 사용자 중 넷플릭스 이용자는 52%에 육박할 정도다.


여기까지가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한 후 4년 간 벌어진 일이다. 이쯤 되면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골리앗 OTT인 '디즈니 플러스'가 시장에 미칠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 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한 월트디즈니의 콘텐츠 제작 업력은 100년이다. 다수의 인기 콘텐츠와 캐릭터로 풍부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영화, 드라마, 음악, 애니메이션, 연극과 뮤지컬 등 제작 분야도 다양하다. 넷플릭스가 제작에 뛰어든 지는 이제 고작 9년으로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다. 


OTT 업계에서는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미디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수십억원 규모의 제작비 마련은 고사하고 실력 있는 연출진을 모셔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독자 콘텐츠 생산이 예능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OTT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콘텐츠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쏟는 와중에 정부 각 부처는 OTT 시장을 둘러싸고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웃지 못할 촌극이라 할만하다. "국내 OTT 시장의 진짜 대항마는 디즈니 플러스가 아닌 국내 정부"라는 뒷말이 나올 정도다.


산업진흥을 업으로 하는 주무부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으로 규정하고 진입절차를 강화하는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OTT 규제 법안을 내놨다. 문체부는 OTT 플랫폼 음악 저작권료를 상향 징수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OTT 사업자에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 의무를 부과할 모양새다. 콘텐츠 투자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마당에 세금 걱정까지, 한창 콘텐츠 제작에 몰두해야할 OTT 업계는 삼중고에 놓인 처지다. 일각에서는 "빚내서 세금 내야할 판"이라는 푸념도 들여온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부처들이 OTT 시장이 돈이 될 것으로 판단, 영역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만약 세개의 법이 모두 통과된다면 OTT 업계는 규제 몸살에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OTT 사업자로 하여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할 요량이라면 각 부처들은 머리를 모아 전폭적 지원을 논의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기를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배는 가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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