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며칠 전 액상형 전자담배에 넣을 액상제품을 구입하러 한 매장에 방문했을 때 가격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렴풋이 인상이 됐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종전 3만원 수준이었던 제품은 어느새 9만원까지 치솟았고 조금 가격이 더 비싼 일부 제품은 14만원대에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순간 소비자 입장에서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지난해 남은 재고까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불만을 제기하자 제품가격을 소개하던 매장 주인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기네들이 인상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다른 매장들이 잇따라 문닫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그러면서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계산하면 기존 옛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꼼수'도 안내했다.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고 과세 적용범위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데다 인상된 소비자가격의 기준도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어떻게든 소비자의 혜택을 챙겨주려는 착한마음인지, 아니면 카드수수료를 떼기 싫은 얄팍한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분명했다.
올해는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로서 참으로 슬픈 해다. 가뜩이나 유해성 논란 때문에 시끄러운 가운데 가장 근본적으로 액상제품의 가격이 최소 2배이상 인상됐다. 비흡연자들에게는 참으로 우스워 보이겠지만 일반 궐련 담배를 졸업하고 그나마 유해성이 적다고 알려진 궐련형 전자담배로 전환했다가, 또 다시 액상형 전자담배로 완전히 갈아탄(?) 입장에서 서글프기 짝이 없다.
흡연의 유해성은 떠들어대봤자 입만 아프다. 당연히 건강에 나쁘고 금연이 최선의 선택일터다. 다만 정부의 오락가락 규제 가위질에 자영업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험난한 한해를 보내게 됐다. 그렇다고 담배는 나쁘다라는 정부의 입장을 부정하기도 애매하니 골머리만 아프다.
이제는 참으로 조심스럽다. 흡연자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 탓일까. 주변인들로부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왜 하냐는 비난부터, 금연에 성공할지언정 금연자는 상종을 말아야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허울만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언론직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전자담배 유해성을 바라봐야하는 딜레마까지 마냥 혼란스럽다. 미안하다. 전문적인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으로 밖에 말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 금연은 내일부터다. 아마 매일 이렇게 말할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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